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 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문재인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찬반의견을 들어서 이를 정부에 권고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론화위원회에 公論은 없고 空論만 있다고 하였다.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위원회제도는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위원회를 구성해 놓았지만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능률성이나 효과성을 중시하다보니 이를 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조례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기는 하였으나 막상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일부 위원회의 경우 위촉식만 하고 이후에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위원회제도는 행정부의 권한이 비대해짐에 따라 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등장하였다. 또한 행정부의 일방적인 의견이 아니라 외부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의사결정의 수준을 높이고 폭을 넓히기 위한 이유로도 이용되었다. 특히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았던 관료적 권위주의정권에서는 형식적으로 나마 위원회에 국민들을 참여시킴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방편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위원회가 합의제로 운영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구성원들을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하고 운영의 공정성과 합리성만 보장된다면 위원회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행정이 막강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정보까지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한 상황에서 이의 남용이나 편중을 막고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제도는 장점을 살려서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능률성이나 효과성을 중시하는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시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번거롭고 거추장스럽게 느낄 뿐이다. 좋은 의견은 의견이고 업무를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 중에는 업무를 추진하면서 다양한 의견과 이해를 참고하고 조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법령에서 규정한 범위 내에서 또는 상사의 의중을 우선적으로 헤아리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 위원회는 하나의 장식품이고 명분 쌓기일 뿐이다. 이밖에 위원회제도를 운영할 경우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구성원들이 다양하다보니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아 의견결집에 장애가 된다는 공무원도 있다. 책임은 공무원들이 다 지는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이상적인 주장만 하면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위원회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위원회의 성공적인 운영은 구성원을 누구로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위원회 구성을 보면 대부분 집행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거나 또는 여러 가지 연줄로 채워진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들에게서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찾아보거나 경륜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위원들은 회의가 열리면 꿔다 논 보리자루처럼 또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묵묵부답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충청도양반이라서 그러려니 짐작하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해당부서에서 위원회는 구성해야겠고 그렇다고 쓴 소리가 나오는 것은 싫고 하여 위원들을 취사선택한 결과였다.
 민선자치제가 실시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현상은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위원회제도 운영현황을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위원회제도가 가진 법적 성격과 역할을 고려할 때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면 소기의 성과들이 기대될 수 있다. 위원구성과 관련하여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려하고 공모제 등을 통해 위원들을 선발한다면 주민참여의 정신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 보장된 위원회가 제 구실을 다하도록 당진시의회에서도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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