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집중호우 피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천안지역이 잇따른 축제 개최로 시끌벅적하다. ‘제15회 충남농업경영인대회’가 지난 9일부터 이틀 간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연예인 축하공연과 불꽃놀이를 하는 등 그야말로 잔치판이었다. 천안시와 충남도가 각각 1억7000만원과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원도심 상인회도 지난 13일부터 1박2일 동안 천안역일대에서 ‘2017 천안역 숨바꼭질 축제’를 개최했다. 시청사 이전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려 상인들이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시는 이 행사에도 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특별재난지역에서 치러지는 행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일부 언론들은  ‘물난리 속에 잔치를 벌였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자 천안농업경영인연합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충남 15개 시?군이 잔치인데, 개최지 천안이 수해를 입었다고 해서 행사를 취소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피해 농민들이 축제로 인해 피로감과 허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며 “그런데도 일부 언론이 대회를 폄하하는 것은 방약무인(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의 처사“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원도심 상인들야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만큼 수재민들도 다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상인들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농업 경영인들의 잔치성 행사는 성격이 다르다. 수해 농민들은 피해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농업 경영인들은 이틀 동안 먹고 즐기는 것으로 2억5000만원을 써버렸다. 수해 농민들로부터 행사 개최의 정당성과 공감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도 축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비판하는 언론을 거꾸로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집단행동이다. 두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 천안시도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천안지역은 지난달 16일 내린 집중호우로 216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일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농민들은 1년 농사를 망쳤다. 천안 동부지역의 오이하우스는 대부분 쑥대밭이 됐다, 축산농가는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을 잃었다. 지금까지 1만 여명의 봉사자들이 수해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지만, 복구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농업 경영인들은 수해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농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농업 경영인들은 이번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행사를 연기하거나 축소해 수해 농민을 위로하는 행사로 전환했다면, 대회는 의미있는 행사로 더욱 빛났었으리라.  수해를 당한 농민들에게는 위로의 잔치보다는 아픔을 공감하고, 재개의 위한 따듯한 도움의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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