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 트럼프 간 오간 ‘말폭탄’으로 고조됐던 ‘8월 위기설’이 다행스럽게도 점차 사그라드는 국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통한 분단 극복이야말로 광복을 진정으로 완성시키는 길”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군사행동’ 고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임과 동시에 북핵을 억제하고 남북 평화 공존의 해법을 찾는데 우리가 주도적인 입장에 나서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가 배제된 어떤 형태의 군사행동도 안된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인 것이다.
그동안 벌어진 북한과 미국과의 ‘벼랑끝 설전’을 보며 국민들은 ‘8월 위기설’이 이젠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감을 가져왔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이어 북한의 ‘괌 포위 사격’이라는 맞대응 성명을 시작으로 북한과 미국은 사흘동안 ‘말폭탄’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핵 사용을 포함해 미국의 군사적 해법은 장전됐다”는 표현으로 북한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고, 북한은 구체적인 ‘괌 포위 사격’ 방안을 내놓으며 한치도 양보없는 맞대응을 해왔다.
수위가 점차 높아져 ‘말전쟁’으로 고조된 양측의 대응은 지난 11일 트럼프가 ‘평화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밝힌 이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지난 13일 공동명의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내고 북한과 협상할 의향을 비치고,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북 선제적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하면서 위기 강도가 완연하게 꺾였다.
김정은은 지난 14일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과 전면적으로 맞설 뜻이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위기설은 일종의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런 위기설은 언제든 다시 도출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란 북한이 소형화 핵무장을 하고, 고도의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문제의 출발점은 북한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3대 세습체계로 이뤄진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이다. 3대에 걸쳐 세뇌 당한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그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두려움이다. 우리의 잣대로 그 문제를 봐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흡수 통일론적 접근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강대강’이 갖고 있는 한계다.
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달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재확인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평창올림픽 참가 등)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풀 수 있는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때론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인내를 가져야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감정이 상한다고 가위로 싹둑 자를 일이 아니다. 바꿔 말하자면, 북핵 해결과 남북평화 공존이라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서 가위로 실타래를 싹둑 자르듯, ‘전쟁’만은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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