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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갑질’에 멍드는 대리운전기사청주서도 “카카오 드라이버 등 쓰면 퇴출” 특정 프로그램 사용 강요
감시·인권침해 논란도…대리기사 “낙인찍히면 일거리 못 받아” 한숨
   
▲ 청주지역 콜센터가 카카오 드라이버나 다른 회사의 배차 앱 서비스를 사용한 대리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갑질’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모습.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청주의 한 대리운전 연합 콜센터 소속 대리기사 A(42)씨는 지난 6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카카오 드라이버’로 손님을 받은 이튿날 기존에 쓰던 대리운전연합 ‘로지’ 배차 앱 프로그램을 실행했더니 ‘업무중지상태’라는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A씨는 “콜 센터에 문의했더니 ‘딴 콜(카카오) 쓴 거냐’고 물어보더라. 내가 카카오 드라이버를 쓴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섬뜩하다”고 말했다.

10년차 대리기사 B(47)씨도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기존 연합에서 떨어져 나간 다른 업체의 콜 배차 프로그램을 썼더니 어느 날인가 일부 배차 프로그램이 막혀 있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소하겠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막혀 있던 프로그램이 풀렸다. 너무 뻔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드라이버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 이후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청주지역 콜센터가 카카오 드라이버나 다른 회사의 배차 앱 서비스를 사용한 대리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갑질’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대리운전기사와 업체 등에 따르면 대리기사들은 콜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보통 3~4개의 배차 앱·프로그램을 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리기사들은 평균 2.1개의 프로그램을 복수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로지’(75.9%), ‘콜마너’(65.7%), ‘아이콘’(27.8%) 등이다.

콜센터는 업체를 통해 요청된 콜을 모아 프로그램을 이용, 대리기사들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초 기준 청주시에 등록된 대리운전업체는 132곳인데 이들은 ‘연합’이라는 이름의 2~3개 콜센터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콜센터가 카카오 드라이버 등 자신과 다른 프로그램을 쓰는 대리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을 쓰는 대리기사들이 배차 프로그램을 실행해도 배차가 되지 않거나 ‘업무중지’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들의 콜 배차 프로그램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차 앱·프로그램 제한은 그동안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두드러졌던 문제였으나 최근 카카오 드라이버의 업계 진출 이후 청주지역 콜센터들 사이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매달 1만5000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야 하는 연합 콜센터 배차 프로그램 대신 사용료 등이 없는 카카오 드라이버로 옮겨가는 대리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다.

대리기사들은 이들 콜센터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프로그램 사용을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대리기사들의 영업을 제한하는 등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콜센터들이 다른 업체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대리기사들을 적발하는 방식과 관련해 프로그램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리기사들은 제대로 된 항변조차 어렵다.

콜센터-대리운전업체-대리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의 맨 밑바닥에 위치한 대리기사들의 입장에서 콜센터에 낙인이 찍히면 대리운전 프로그램 상에서 배제돼 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주지역 한 대리기사는 “카카오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이들은 물론 다른 연합 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사까지 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대리기사는 콜 수로 먹고 사는 건데 연합 콜에서 배제되면 대리운전을 접으라는 소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대리기사는 “그동안 콜 연합을 해 놓고 카카오 드라이버와 싸우더니 이제는 대리기사를 두고 서로 간 갑질 경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리기사는 근로자 신분이 아니어서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업체들을 직접 통제하고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일거리를 받으려면 콜센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리기사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이도근 기자  nulha@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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