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교수)

▲ 김택(중원대 교수)

삼성을 세운 고 이병철 회장은 인재양성에 남다른 애착과 집념을 가졌다. 호암(이병철 회장 호)은 10년을 내다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보려면 인재를 양성(十年樹木 百年樹人)하라는 철학을 지녔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도 정직성과 성실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판단했고 심지어 그 사람의 목소리, 걸음걸이까지 면접요소에 포함했다고 한다. 호암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다가 실수한 것은 용서해도  거짓말을 하거나 불 성실한다든지 부정한 사건에 연루되면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인재보국철학은 이건희회장과 이재용부회장에게도 유지되어 내려왔다.  그런데 요즘 삼성그룹은 총수의 부재라는 내우외환의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이것은 선장이 병환으로 누워있으니 배가 표류한 격이다. 선원들은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지난번 최순실사건의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고 한다. 특검은 "통상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넨 사실과 그룹 총수의 가담 사실인데 피고인들은 최순실씨 측에 약 300억 원을 준 사실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삼성 미래전략실이 총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은 경험칙(經驗則)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논고했다.      
그러나 이재용부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특검에서 제기한 공소사실들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할 것을 챙기지 못했고, 이게 다 제 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히 “특검과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제가 손해를 끼치고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의심하는데,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가 그걸 욕심을 내겠느냐. 너무나 심한 오해로, 정말 억울하다”고 항변했다.이제 공은 재판관들에게 넘어갔다.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두 사람만 안다고 볼 수 있다. 특검이 주장 한대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합의했을 수도 있고, 삼성 측 주장대로 사실무근일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특검이 물증이 아니고 심증만으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한 것은 너무 가혹하고 여론을 의식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대중 정부 때 공중 분해된 대우그룹의 창업주 김우중 회장은  20조 원대 분식회계 및 9조8000억 원의 사기 대출 혐의로  2006년 5월 당시 검찰은  15년 구형을 내린바 있다. 이것과 비교형량할 때 너무 지나치다.
둘째, 최근 미국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삼성, 소니 2.0 되나(Will Samsung become Sony 2.0)’라는 글에서 “혁신의 리더라는 삼성의 입지가 최근 처한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을 지낸 매트 와인버그가 주장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그룹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삼성의 미래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며 “이번 재판으로 인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와 경영 공백은 글로벌 리더십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삼성의 먹구름을 예견했다.
셋째, 한때 세계 최고의 전자기술회사인 소니나 도시바가 리더의 경영부재로 흔들려 한국이나 중국회사의 추종자로 전락 돼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삼성의 곤경을 호시탐탐 공격하려고 벼르는 기업이 누구인가?  바로 중국이나 일본의 업체들이다.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올린 정보통신기술이 한순간에 넘어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간이 결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쌍용자동차가 어떻게 됐는가?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넷째, 판결은 증거주의 재판이 되어야 한다. 한 치의 여론에 입각하여 흔들린다면 사법정의가 아니다. 그건 한국기업이 3류 4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재벌의 불투명성, 부정부패, 정경유착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이 여론재판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되고 세계전자기술의 총아로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삼성의 미래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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