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계란 판매 중단을 부른 ‘살충제 계란’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지역 양계농장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안시 입장면 모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잔류허용기준치(0.01㎎/㎏)의 2배인 0.02㎎/㎏가 검출됐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이농가에서는 산란계 7만 마리를 사육, 하루 평균 4만2000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충남지역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농장은 모두 128곳으로 이 가운데 100곳(83%) 이상이 ‘친환경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친환경 인증' 제도란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기준은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인증만 남발돼 왔다. 축산물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민간 인증기관이 39곳이나 된다. 농식품부가 작년 무항생제 인증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축산 농가들의 반대로 제도 시행을 내년 1월로 미뤘다. 축산 농가의 돈벌이가 소비자 안전보다 우선한 것이다. 국내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는 60여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관리원이 업무를 전담했으나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만 한다. 하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대규모 부실인증 사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민간 인증 대행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셀프인증'을 하거나 인증 취소 후 재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농가에 인증서를 교부한 사례 등이 적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농촌 현장에서는 친환경 인증 업무를 민간에 이양한 것이 적절했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기관이 다시 업무를 넘겨받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가 친환경 인증제도의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거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비판받을 대목이다. 친환경 마크가 붙은 계란은 닭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피프로닐뿐 아니라 비펜트린을 포함한 모든 농약 성분 자체가 나와선 안 되지만 정부는 지난 14일 처음 살충제 계란 검출 사실을 발표하면서 비펜트린은 '닭의 이(와구모)를 없애기 위해 기준치(0.01ppm) 이하로 사용이 허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줄곧 비펜트린의 경우 '허용된 살충제'이므로 기준치 이상 검출된 농가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해왔다. 친환경 농가과 그렇지 않은 농가를 구분하지도 않았다. 15일에는 전북 순창의 친환경 농가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로 검출돼 회수·폐기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펜트린이 검출된 5개 농가 가운데 양주 신선2농장을 제외한 4곳은 비펜트린을 포함한 어떤 살충제도 써선 안 되는 친환경 인증 농가였다. 정부가 친환경 인증 농가와 일반 농가를 구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기준치'에만 집착하는 사이 국민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어 간 셈이다.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통 계란보다 2배가량 비싼 친환경 인증 계란을 사먹었던 소비자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정부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국민은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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