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훈관

 

우리는 태어나면서 또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많은 인연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인연에는 자연과의 인연, 사람과의 인연 등이 있는데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가르침도 준다.
자연은 인간에게 끝없는 혜택을 주지만 사람은 그에 감사 할 줄 모르며 산다. 자연과의 인연은 다음에 인연이 있을 때 다루고, 사람과의 인연 중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밝히고 싶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는 것은 상식적인 말이지만, 나와 내 친구의 인연은 고등학교 학창시절로 부터 이제껏 공동체라는 느낌을 주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 친구는 항상 말수가 적었고 차분하였으며 단한마디라도 욕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으로, 그 친구가 우리 학급에 존재하는 것 만 으로도 학급 분위기가 차분해 지며 빛이 났다. 급우들은 말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졸업 후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그 친구는 한의학을 전공 하였다. 그 친구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허준과 같은 명의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나는 가슴으로 알 수 있었다.
졸업 후 그 친구는 다시 의과대학에 재입학 하였다. 아마 한의학보다는 의학이 그 친구의 꿈을 실현 하는데 더 도움이 되어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이 됐다.
그리고 그 친구는 돈을 버는 직장이 아닌 낙도의 보건소에 근무를 선택하였다.
그 친구의 평소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아는 나로서는 아! 참 아름다운 선택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게 더욱더 충격을 준 것은 그 친구의 결혼 소식 이었다.
물론 나에게도 연락 없이 결혼을 하여 알 수 없었지만, 들리는 소문에 내 친구의 배우자 되시는 분은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 아마도 그 친구의 순수하고 희생적인 마음씨가 장애를 결혼의 걸림돌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그 친구는 배우자의 장애마저도 사랑과 봉사로 승화 시켰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모든 일을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친구가 살아있는 성자가 아닌가 싶다.
나는 입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몸소 실천으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를 자문해 보았지만 끝내 ‘그렇다’는 대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런 삶을 선택한 그 친구는 이시대의 살아있는 성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친구는 그런 삶의 선택만으로도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고 아직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그와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것만으로도 내게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세상은 내 그런 친구와 같이 빛 같은 존재가 있기에 삶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친구가 나와 인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자랑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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