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정부가 ‘축산물 이력제’를 닭과 계란에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소나기만 피해가자’는 임시방편적 처방이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안전 시스템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전수조사에서 살충제 검출 농가는 총 49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8일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친환경 농가 683개·일반농가 556개)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전체의 4%에 이르는 49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대전과 충남·북 등 충청권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온 산란계 농장이 아산 2곳, 대전 1곳, 논산 1곳, 홍성 1곳, 천안 1곳, 음성 1곳 등 모두 7곳에 이른다. 부적합 성분 검출현황을 보면 비펜트린 4곳(음성·논산·홍성·천안), 피프로닐 1곳(아산), 에톡사졸 1곳(대전), 플루페녹수론 1곳(아산) 등 다양하다. 전국적으론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가가 8곳이고 ‘플루페녹수론’이 2곳, ‘에톡사졸’이 1곳, ‘피리다벤’이 1곳이었다. 이밖에 37개 농가는 일반 계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펜트린이 허용기준치(0.01mg/kg) 이상으로 나온 경우였다.
부적합 판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돼 친환경 인증 기준에 미달한 농가도 있었다. 친환경 인증 기준에 미달한 농가는 37곳으로 이들을 포함하면 살충제 성분이 조금이라도 나온 곳은 총 86곳(친환경 농가 68개·일반농가 18개)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오염된 계란을 회수해 최대한 신속하게 폐기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농장에서 나온 닭고기와 가공식품도 수거해 검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따라 적합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장의 출하가 즉시 허용됐다. 허용 물량은 전체의 96% 정도이기 때문에 물량 부족 사태는 하루 이틀 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축산검사인증서를 부착해 놓고 판매에 들어간 계란뿐만 아니라 빵 등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 매출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는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재차 삼차 점검해 기본 식품에 해당하는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회복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축산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을 주문하고 정부가 이번 사태로 대두된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대한 허점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국민신뢰를 회복할 만한 공감 정책은 아직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약부족으로 일부 살충제 검사항목이 빠지면서 부실검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는 축산물 이력제를 닭고기와 계란에도 적용하고, 동물 의약외품 유통판매 기록 관리를 의무화하며, 부실검증 논란을 일으킨 친환경 인증기관에 대해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산란계 축사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이를 위해 농장 사육환경 표시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의 비좁은 닭장(케이지) 사육을 점차 동물복지 농장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고비만 넘긴다는 안이한 자세로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적어도 식품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조그마한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약속한 대책을 차근차근 이행해 주길 바란다. 국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시스템 전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시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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