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장 시인

아침
김성장

기이한 인연으로 모여 부벼온 살갗
희미한 집념을 안고 뒤채이던 밤을 거두고
그리움 불러모아 식탁에 둘러 앉습니다.
무사한 식구들,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부스스한 이마를 마주대고 수저를 들면
되살아나는 삶에의 욕구 허술하지만
부족하나마 빈 자리를 채워 둘러 앉은
식구들의 아침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름 모를 평야에서 온 쌀을 익히고
내가 키우지 않은 콩나물과 상치
가까운 바다에서 건져올린 생선을 구어
당신이 차려온 아침은 풍요롭습니다.
어둠을 숨기신 채 그려보는 아버지의 하루
뜨거운 국물을 후후거리며 있는 그대로
식구들의 부족한 체온을 나누어 주는
당신의 아침은 따뜻합니다.
부르지 않아도 달려가는 사내들의 평야
그물을 감아올리는 비린 팔뚝의 힘줄이
창틀을 너머 햇살로 밀려오는 시간
기이한 인연으로 이 땅에 모여 살며
이름 모를 사람들의 말없는 힘살이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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