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정파를 떠나, 진보를 떠나, 지지여부를 떠나 일단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국정을 펼친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을 위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리얼미터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광복절을 제외한 나흘간 전국 유권자 201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25p)에서 문 대통령은 72.4%의 지지를 받았다. 살충제 달걀 파문에도 불구하고 지난주보다 0.6%p 상승했다.
누구에게든 지지율은 동력의 원천이다. 특히 정치인에게 더욱 그렇다. 정치인에게 낮은 지지율은 정치생명 단축을 의미한다. 60% 대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극우 정책을 펴 온 일본 아베 내각이 사학 스캔들로 20%대까지 추락해 한때 위기감이 돈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정치인에게 지지율은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을 즈음한 지지율을 보자. 문 대통령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8%를 나타내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최고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93년 3월 71%에서 하나회 척결, 역사바로세우기. 공직자윤리법 개정, 금융실명제 등으로 큰 호응을 얻어 취임 100일 시점에선 83%를 기록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IMF 최악의 사태를 맞아 6%라는 가장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고 71%, 최저 24%를 보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고 60%, 최저 12%,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고 52%, 최저 21%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고 60%, 최저 5%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의 취임 초(5월 4주차) 지지율은 84.1%까지 치솟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 최고 기록이다.
외신들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주목하면서 그 요인을 분석했다. 먼저 탈권위와 소통 노력을 꼽았다. 비서관 근무, 직원 식당 출입, 기업인들과 맥주 회동 등 일상적 모습과 전 정부의 ‘권위주의’와 반대되는 모습에 국민들이 호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국민들은 또 개혁의지. 서민을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5.18광주 기념식장에서 유가족을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상함이요, 시민들과 인증 샷을 찍는 모습 역시 ‘나와 대통령이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22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문 대통령이 유영민 장관과 이효성 방통위원장 등과 대화하는 자리 뒤에 부처 일반 공무원들이 편하게 함께 있는 모습은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감히 대통령 옆에 공무원이 얼씬거려?
사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진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 지지율이 왜 이리 높은지 의문이다. 솔직히 말해 이런 지지율이 언제까지 유지해 나갈지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높은 지지율은 ‘잘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 역대 실패한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문 대통령 만큼은 제발 그들과는 다르게 나라 한번 제대로 운영해 달라는 염원을 표출한 것이다.
‘막연히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들어가면서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지지율은 가차없이 빠진다. 인사, 사드배치, 탈원전, 최저임금제 등과 관련한 정책 추진과정에서 출렁거린 지지율을 보면 안다.
지지율이 높다고 자만에 빠져 다른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도움을 줬다는 사람들, 그것으로 만족하고 문 대통령 주변에 얼씬 거리지 말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측근들 때문에 창피당하고 국정 동력이 상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지금의 지지율은 비정상적일지도 모른다. 박근혜와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반작용이 지지도로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국민이 곧 주인’이라는 기본과 집권 초기의 초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방이 아닌 토론과 대화, 합의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일을 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그런 대통령,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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