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전 제천교육장)

▲ 최성택(전 제천교육장)

 흔히 우리가 쓰는 유행어를 생각해 보았다. 대체로 그런 말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6.25 사변 후에는 전쟁에 관한 말, 5.16 후에는 군과 관계되는 말과 새마을 운동에 관련된 말, 1990년대 정보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는 인터넷 용어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로부터 비롯된 말들은 세대와 지역 그리고 직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전염 되다 시피 퍼져 사용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짚어 보련다.
 
 80년대에 어떤 국회의원이 ‘님비현상’ 이란 말의 뜻을 물어왔다. 영어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자기도 처음 듣는다며 영한사전을 뒤져 nimbus 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 뜻이 ‘ 신이나 성자 등의 후광’ 이어서 아닌 것 같았다. 얼마 후 그 말은 정치계에서 나온 신조어 nimby ( Not in my back yard.) 이며 ‘ 우리 뒷마당에도 안 된다.’ 는 지역주의를 표현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 반대는 Pimfy 로 Please in my front yard. (청컨대 우리 앞마당이라도 좋다.) 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polifessor 라는 말도 많이들 하는데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 (Politics) 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 (Professor) 의 합성어로 정치에 관심 갖는 교수를 일컫는 합성어다. 같은 맥락에서 폴리널리스트 ( 정치에 참여하는 언론인) 폴리프레스( 정치하고 싶은 언론인), 폴리테이너 (정치하려는 연예인), 폴리크라트 (정치관료) 등의 말들도 회자하고 있으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 된다.
 이런 말 외에 대형사건이 생겼을 때 대통령이나 사정 담당 책임자가 나와서 ‘진상을 조사하여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 하겠다’ 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것을 믿는 국민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지위고하에 따라 법 적용이 다르다는 학습 효과를 얻게 되었을 따름이다. 그러나 막상 사건의 당사자로 밝혀진 사람은 검찰에 출두 하면서 포토라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하고는 죄송한 마음은 찾아 볼 수 없고 구차한 핑계를 대면서 사건의 본질을 부인하거나 피해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정 농단에 따른 탄핵사태의 당사자들로 그 핵심 인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아닙니다,” “모릅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로 일관하고 있다. 그걸 보고 국민들은 쓰리노우(3 no) 라고 한다.
 
 행사장에서 보면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 “ ∼을 당부한다.” 고 한다. 부탁이면 부탁이지 당부는 무엇이며 격려사는 또 무슨 말인가? 우리 손으로 뽑은 사람 또는 그렇게 선출된 사람에 의해 임명된 공복(公僕) 즉 공적인 머슴인데 상전 노릇을 하려든다. 스마트 폰을 보다 보니 지난 5. 9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부인이 시장에서 유권자들에게 땅바닥에 큰 절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당선 되면 상전 행세를 한다.
그런가 하면 잘못이 있을 때 “유감을 표한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잘못했다” 거나 “미안하다” 면 되는 것 아닌가
 
 국회가 진행 되는 상황이 TV에 중계 되는데 “금도를 안 지켰다.” 고 상대 당 의원을 나무라는 장면이 나와서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 했더니 여기서 금도(襟度)란 ‘남을 용납할 만한 도량’ 임을 알았다. 그러나 요즈음 정치판에서 ‘남을 품을 만큼의 도량’ 을 보이는 발언이나 행동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근자에 가장 많이 회자하는 말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이다. 이 말은 1996. 6. 12 신한국당 박 희태 의원이 의사 진행 발언에서 처음 한 이래 요즈음에 갑자기 많이 쓰이고 있다. 장관 추천에서 임명까지 이 말이 많이 거론 되며 그 중에도 고위직들의 교육에 관한 것이 ‘내로남불’의 백미로 가히 금메달감이다. 그들의 자녀는 그렇게 공격하던 특목고와 국제학교에 갔고 교육을 담당한 장관 겸 부총리가 논문 표절 등 학문에 관한 부적격 사유에 해당 되니 교육계의 수장으로서 학생과 교사, 교수들에게 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을 미루어 그런 사람들의 호는 가관(可觀)이요 이름은 오만방자(傲慢放恣) 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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