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국민들의 먹거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수장인 류영진 식약처장의 부적절한 행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류 처장은 지난 16일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진 뒤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잇단 설화와 부적절한 태도로 의원들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류 처장은 일단 주무부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번 파동의 발단이 된 것은 전 정권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문제를 수습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현 정권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는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할 때 그의 무책임과 자질 부족은 국민적 비난을 비껴갈 수 없다.
우선 그의 업무파악 문제부터 짚어보자. 류 처장은 이날 살충제 계란의 폐기 이유를 묻자 “식품위생법상 폐기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법적으로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폐기할 뿐 국민 건강상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류 처장은 매일 살충제 계란 2.6개를 먹어도 건강상 이상이 없다는 말을 했다가 질타를 받았었다. 본뜻이야 그만큼 농약성분 잔량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국민들이 크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겠지만,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괜한 꼬투리를 잡혀 보건복지위 현안보고에서 “오늘부터 매일 살충제 계란 2.6개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책성 질의에 “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저희가 다 차단하기 때문”이라는 동문서답이나 하게 된 것이다.
기본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책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고 많이 와전됐다”며 “언론에서 나온거랑 다른 부분이 있다”고 자신의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업무 파악도 안돼 오락가락 하는 답변을 듣던 이낙연 총리로부터 질책을 들은 것에 대해 류 처장은 ‘짜증’이라는 표현을 써 또 입길에 올랐다.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총리가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식약처장이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했는데,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 아닌가. 신중히 답변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류 처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며 맞섰다. ‘짜증’은 북받치는 역정이나 싫증을 말하고 ‘질책’은 꾸짖어 나무람을 말한다. 이는 정부부처 책임자인 이 총리가 류 처장에게 괜한 감정으로 역정을 낸 것이 아니라 처신을 잘못하고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해 꾸짖어 나무란 것이다.
업무능력 부족에 책임감도 없고, 자신의 흠결을 남 탓으로 돌리는 식약처장에게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을 맡길 수 없다.
잇단 설화와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류 처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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