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의회 25일 출국…7박 9일 미국 연수
불참의원 연수비 참여의원 경비 추가 지원

(동양일보 지영수/제천 장승주 기자) 충북도의원들의 외유성 유럽연수 파문이 잠잠해지자 몸을 낮췄던 지방의회의 해외연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16일 시간당 90㎜의 폭우가 쏟아져 충북이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이틀 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이 유럽 연수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의 연수 일정 상당 부분이 파리 개선문, 로마 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로렌초 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 등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난리 외유’라는 비난을 샀다.

행정문화위원장으로 이 연수를 주도한 김학철(충주1) 의원은 비판 여론과 관련,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으로 빗댄 발언을 해 파문을 키웠다. 결국 예정보다 서둘러 귀국했지만 비난 여론은 들불처럼 거세게 번졌다.

예상치 못한 비난 여론에 놀란 정치권은 해당 의원들을 당에서 제명하는 등 서둘러 '꼬리 자르기'에 나섰고,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지방의회들은 이미 계획했던 해외연수를 앞 다퉈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면서 몸을 사렸다.

실제 충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은 지난달 23일부터 8박 10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로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취소했다.

호주 시드니 보안·안전 박람회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를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수해 속 해외연수에 올랐던 도의원 4명이 거센 비난을 사자 연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도 지난 25일부터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해외연수를 한 달 전에 취소시켰다.

그러나 ‘레밍 파문’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서면서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자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충북 제천시의원 9명은 지난 25일부터 7박 9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연수에 나섰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LA) 한인상공회의소와 시청·시의회를 비롯해 LA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키로 했지만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도 빼놓지 않았다.

일정만 놓고 보면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기관 방문보다는 관광지 방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천시의회는 지난달 해외연수 계획을 세웠으나 도의원의 외유성 유럽연수가 논란거리로 불거지자 고민을 거듭해 왔다.

자치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할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렸으나 결국 연수를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됐던 지방의회 외유성 해외연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연수비용은 당초 1인당 480만원으로 이 가운데 250만원이 제천시 예산으로 지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체 13명 가운데 4명이 불참하면서 9명의 경비로 추가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인당 보조금액은 25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늘었고, 자부담은 23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었다.

‘레밍 파문’으로 해외연수를 연기했던 일부 지방의회들도 하반기에 연수를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천시의회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성수기와 한방엑스포, 추석을 고려해 회기가 열리지 않는 8월말부터 9월초로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