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이동희 논설위원/강동대 교수) 인생을 항해하는데 있어 정답은 없다. 객관적인 삶의 목표는 존재 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이론상 가능한 것과 실제로 가능한 것은 다르다. 삶의 목표를 정하여 살아가는 과정에 많은 것을 거쳐야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입시 취업 결혼 직장 은퇴 노후 등등 모든 것이 삶의 과정이지만 전쟁과도 같은 시소게임을 하며 살아간다. 이와 같은 인생과정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것이 치킨게임이다. 삶의 순간순간이 치킨게임 인듯하기도 하다. 맛있는 치킨은 소맥을 연상시키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인데 동양이 아닌 서양의 정서에 치킨이 접목되어 삶의 현장과 직결된 용어로 사용되어 진다. 따라서 오늘은 치킨게임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무엇인가? 상대방이 항복하여 물러날 때까지 정면충돌을 감수하는 게임 용어이다. 국제정치학 용어로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게임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게임은 두 명의 경쟁자가 도로의 양쪽에서 각자 자신의 차를 몰고 서로 정면을 향해 돌진하다 충돌 직전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이때 치킨은 겁쟁이라는 뜻의 은어로 핸들을 먼저 꺾은 사람을 지칭하며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다. 허나 겁쟁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으면 둘 다 승자는 되지만 결국 충돌하여 파국으로 치닫는다. 즉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치킨게임이다. 이 용어가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사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치학뿐 아니라 여러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킬 때 인용된다. 정치학자들은 1950~1980년대의 남북한 군비경쟁, 1990년대 말 이후부터 최근 북 미간 핵 문제를 둘러싼 대립 갈등의 위기 상황 등도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예이다. 국지적으로는 2004년 3월에 일어난 한국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도 여야의 극단적인 치킨게임으로 본다. 1955년 제임스 딘(James Dean)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도 전형적인 자동차 게임인 치킨게임이 등장한다. 제임스 딘은 그를 괴롭히는 악동 패거리들을 잡기 위해 치킨게임을 제안하였다. 타짜의 원작자인 만화가 허영만 씨도 다른 만화에서 치킨게임을 소재로 사용했다. 나약하고 소심한 재미교포 2세 주인공이 텃세를 부리는 백인 폭력서클의 대장과 맞서게 된다. 지면 영원히 왕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목숨을 내걸고 피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핸들을 밧줄로 묶고 거기에 자신의 두 손까지 묶는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임한 게임에서 그는 일약 승자가 되어 짱이 되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게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싸움의 승리비결은 배짱이다. 하지만 배짱은 지혜를 함축한 담력과 필승의 전략이 아닌 막무가내 식의 똥배짱이다.
  최근 매스컴에도 치킨게임은 종종 등장한다. 최근 북한은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 라고 엄포를 놓고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김정은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쟁이 시작된다”고 하여 북한과 미국이 초긴장하며 치킨게임을 벌였다. 북 미간의 긴장이 한풀 꺾인 가운데 중국과 인도 부탄 등 3개국 국경이 맞닿는 도카라에서도 중국과 인도군이 6월 중순 이후 대치중이다. 미국 CNBC방송은 전 세계가 지금까지 북한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긴박한 인화점(Flash point)은 세계 양대 신흥국인 중국과 인도의 긴장이 불꽃 튀는 치킨게임이라고 하였다. 또한 장기 불황에 놓인 아웃도어 업계가 올겨울 롱다운 대박을 예상하고 한여름부터 사활을 걸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인 판매 전쟁을 펼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브랜드가 거의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업계 내 치킨게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삶은 정치도 경제도 영화도 아니지만 동일한 잣대로 인생에서 경쟁을 할 때가 매우 많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하여 그때그때 지혜를 모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며 삶에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진리와 성실로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치킨게임과도 같은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임을 알고 지혜롭게 참된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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