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인)

 

(시인 이석우)   스님과 그 제자가 산길을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이 침묵이 너무 무겁다 싶었던지 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 그러자 제자는 “멧돼지나 호랑이 같은 짐승이지요.” 라고 대답하였다. 스님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농사일 하다보면 제일 무서운 거 있지 않느냐?” 라며 재차 제자가 답을 낼 시간을 주었다. “혹시 고라니 아닌가요.” 답은 점점 멀어져 이산 저산의 산등성인가를 헤매고 있었다.

제자의 답을 포기한 스님은 스무고개처럼 이야기를 엮어 내었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적당하게 가리고 있고 계곡물이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있는 터라, 호랑이는 잠을 청하고 있었지. 그런데 어디선가 이 놈이 호랑이의 눈가에 나타났다. 정말이지 눈꼽만한 놈이었다. 이 놈은 앞뒤 가리지 않고 호랑이의 눈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니겠냐. 눈꺼풀이 간질거리는 통에 호랑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 거렸으나 이놈은 도망은 고사하고 오히려 눈 속을 파고들려고 달라붙었다. 호랑이가 고개를 흔들면 피하였다가 또 공격하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호랑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것이다. 호랑이는 발톱을 날카롭게 세운 다음, 이 놈에게 필살의 일격을 가했다. 정말이지 전광석화 같은 빠르기였지. 그런데 발톱 끝에 찍혀 나온 것은 이 놈이 아니라 호랑이의 두 눈알이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자 제자는 “눈곱파리 말하는 거지요.”하고 신나게 답을 내었다.“ 그래,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놈을 '호랑이눈깔뺀파리'라고 불렀단다.”

정말이지 눈꼽파리는 새벽부터 농부들을 괴롭힌다. 눈 가까이 윙윙거리다 어느 새 눈썹에 달라붙는다. 곤충 퇴치 방향성 모자를 사용하거나 선글라스도 무용지물이다. 물파스를 목주변에 발라주면 눈꼽파리가 달라붙지 않는다고 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이 놈들은 아예 군단을 형성하여 공격해온다. 그 속도도 장난이 아닌 대다가 밖에서 방안까지 따라온다. 화장품 냄새나 땀 냄새가 나면 더욱 극성이다. 이 놈은 사람의 눈에 알을 깐다니 믿을 수는 없지만 겁이 난다. 정말이지 꿀벌을 뜰 때 쓰는 양봉 모자를 쓰고 일하러 가야할 것 같다.

눈꼽빠리는 파리목 초파리과에 속하는 약 65속 3000종 중의 하나이다. 이놈은 번식이 쉽고 한 세대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생물학 분야, 특히 유전학 분야에서 연구재료로 많이 쓰인다. 몸 크기는 대체로 2~5mm 정도이며 머리, 가슴, 배로 나뉘며 다리가 6개, 날개는 앞날개만 발달하고 뒷날개는 퇴화하였다. 겹눈은 붉은 빛, 더듬이는 어두운 색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몸 색깔은 노란색, 갈색, 검은색 등 다양하다.

대체로 암컷이 수컷에 비해 크다. 노랑초파리의 경우 한 번에 100여 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이놈들은 1km 밖에서도 식초나 과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몸에 난 털과 발은 장티푸스, 콜레라 등 각종 세균을 묻혀 음식물 등에 전파한다. 알은 낳은 지 10일 정도가 지나면 성충이 된다.

이놈은 포유류의 눈꼽을 특히 좋아한다. 등산객이나 낚시꾼들의 눈가에 바짝 다가와 왱왱거리기도 하고 소나 강아지의 눈앞에 나타나 신경을 건드리고 골퍼를 괴롭혀 라운딩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이 놈들은 눈 속으로 잽싸게 침투하는 기술이 있다. 요즘에는 새벽 5시면 출몰하여 농부들을 괴롭힌다. 아마 노동 생산성 10% 이상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여 새 장관들이 구성되어 일을 시작하고 있다. 전임자의 잘못만 캐내려고 혈안이 되지 말고 관련부처들이 관심만 가진다면 눈꼽파리 퇴치법 정도는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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