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충북대 교수, 29일 특강
포석 죽음 의미 새롭게 해석…“스탈린의 독재정치가 낳은 오류이자 비극”

진천군은 29일 진천군민회관에서 212회 생거진천혁신대학의 일환으로 김승환 충북대 교수를 초청해 문학 특별강연을 열었다. 이날 강연의 내용을 요약·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사진-김승환 충북대 교수가 29일 진천군민회관에서 ‘포석 조명희의 문학과 가치’를 주제로 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포석 조명희(1894∼1938) 선생의 비극적인 죽음은 소련의 스탈린이 추진했던 ‘민족주의 청산운동’의 측면에서 해석해야합니다. 포석은 1938년 소련의 하바롭스크에서 총살형을 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죽음은 스탈린의 독재정치가 낳은 오류이자 비극입니다.”

김승환(63) 충북대 교수는 29일 진천군민회관에서 ‘포석 조명희의 문학과 가치’를 주제로 문학강연을 펼쳤다. 이 강연에서 김 교수는 포석의 죽음을 새로운 측면으로 접근·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으로 작가가 총살당한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며 일제 식민지 시대를 통틀어도 총살형을 당한 예술가는 포석이 유일하기 때문에 그의 총살형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시 소련 비밀경찰이 작성한 총살 이유는 ‘인민의 적, 일본 간첩의 앞잡이’였는데 1956년에 들어서 소련 극동군 관구 군법회의는 조명희에 대한 사형선고를 파기하고 무협의로 처리한 뒤 복권시켰다”며 “만약 조명희가 진짜 ‘인민의 적, 일본 간첩의 앞잡이’였다면 소련 당국이 무혐의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포석에게 내려진 총살형은 스탈린의 독재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펼친 ‘민족주의 청산운동’의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 측면에서 해석할 때 비로소 ‘독재정치로 인한 오류이자 비극’이라는 그의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포석의 총살형은 그가 민족주의자임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공산주의 독재자 스탈린은 1936년부터 대숙청을 감행했고 민족주의를 철저하게 탄압했으며 소련을 공산주의로 획일화하는 과정 속 조명희를 ‘상징적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이렇게 공산주의에 의해 철저하게 희생된 포석을 공산주의자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포석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이나 소설 ‘낙동강’, 시 ‘짓밟힌 고려’ 등의 사회주의적 작품은 당시 일본제국주의와 조선민족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이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배(일본제국주의)와 피지배(조선민중)의 모순구조를 해체하는 방법이 필요했으므로 포석의 ‘계급투쟁’은 ‘조선민중의 해방을 위한 방책’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포석의 문학이 ‘사상적 편견’ 때문에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조명희의 카프(KAPE) 활동이나 프로문학운동을 부정하고 순수문학이나 민족주의만을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라며 “계급주의 문학운동과 작품은 미래 통일문학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계급주의적 민족문학’과 ‘민족주의적 계급문학’이라는 포용성의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포석 조명희 연구와 추모사업에 대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인간 조명희, 작가 조명희, 민족해방운동가 조명희, 언론인 조명희, 교육자 조명희를 총제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석 조명희 선생은 충북 진천 출생으로 일제의 탄압에 맞선 민족작가이자 디아스포라 문학의 선구자다. 한국 최초의 창작 희곡집 ‘김영일의 사’와 최초의 창작 시집 ‘봄 잔디밭 위에’, 소설 ‘낙동강’ 등 한국 문학사에 기념비적 작품을 남겼다. <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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