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최근 제천지역에서 입주를 코앞에 둔 아파트가 출입구 문제로 시끄럽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지은 아파트 12개 동 가운데 5개 동 출입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주예정자들이 연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롯데건설이 시공한 제천강저롯데캐슬아파트 얘기다.
통상 아파트 구조를 볼 때 독립된 아파트 1개 동 출입구의 경우 여러 개가 설치돼 있는 게 맞다.
입주민들은 현관 출입구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든지 저층 입주민은 걸어서 올라가든지 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는 차량이 지하로 드나드는 출입구 옆에 쪽문 형식으로 출입하는 통로를 미로 형식으로 만들어 놔 입주예정자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
물론 아파트가 평탄한 부지에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경사지에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출입구는 지상 1층 현관에 설치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생각 차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경사지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시행사 측에서 분양 극대화를 위한 꼼수라는 판단이 든다.
당장 살던 집을 내놓고 이사를 준비해 왔던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이사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실제 살 아파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아연실색이다.
연일 새벽부터 입주 예정자들과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 시공사와 사업을 주관한 시행사 관계자들이 여러 번 회의를 열고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맨 먼저 시행사 측이 진행하는 순서는 토지 매입과 지자체 인·허가를 비롯해 시공사 선정과 더불어 분양 절차인 입주자 모집에 들어가는 수순이다.
시행사 측이 아파트 관련 인·허가를 쥐고 있는 제천시 담당부서에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사업계획서와 도면을 꼼꼼히 챙겨 제출한 뒤 심의를 통과해야만 건축승인이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법적사항으로 반드시 건축심의회 심의를 거쳐야만 아파트를 건축하고 분양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건축심의회가 열릴 당시 심의위원과 공무원들이 863세대가 들어서는 아파트단지를 깐깐하게 심의했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시행사 측의 분양 극대화에 동조하며 사업계획을 봐줬거나, 아니면 아파트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심의위원들이 향후 불거지게 될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입주예정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의 무능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이근규 시장의 해결 의지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 시장은 연일 입주예정자들과 롯데건설, 시행사 측과 회의를 열고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이다.
롯데건설 대표이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느니, 갈등 구조를 풀어주는 문제에 직접 시장이 나선다는 발언 등이 ‘공치사’라는 얘기다.
정작 법적사항인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사전에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야기는 쏙 빼 놓은 채 대기업인 롯데건설만 물고 늘어진다는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시행사 측이 건네준 건축설계와 도면에 맞춰 아파트를 정확하게 시공한 죄밖에 없는 롯데건설을 왜 물고 늘어지냐는 핀잔도 제기되고 있다.
일전 날카롭게 시정을 질타하는 한 시의원에게 ‘부하 직원’이라고 감쌌던 이 시장은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의 불성실한 ‘내 탓’을 먼저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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