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정 시인

목도 강변
장민정

강가를 걷는다
자그락 자그락 자갈 위를 걷는다
강은 자갈자갈 흘러
자갈들
내 이웃들처럼

서로서로 비벼대고 포개져도
껴안지 못하는 마음들
부스럭거린다

강은 자갈자갈 흐르고
장마에 떠내려 오다 걸린 비닐 조각들
마른 갈대 목을 붙잡고
쇳소리로 운다

피부였다가
각질이었다가
떨어져 나간 것들의 소리

펄럭이지 마
두런거리지 마
부스럭거리지 마

손사래 치며
눈 흘기며
강물이 흐른다

△시집 ‘느티골 뿌리들 환하다’ 동인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