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용암2동 주민센터 주무관 김지예

(동양일보) 2017년 7월 16일 폭우 발생 후 용암2동 내 월오동과 운동동의 긴급수해복구 시작으로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조기 출근과 야근을 반복하며, 8월 초 응급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휴가를 반납하였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겨우 잡은 주말 일정에, 우리 가족은 송도의 H호텔에 머물렀다. 6살 딸아이의 양치를 도와주던 중 실수로 컵을 깨뜨렸고, 나는 당황해서 프런트에 전화를 했다.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직원은 “아이가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룸을 교체해드려야 하나, 현재 만실로 룸이 없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당황스러웠던 마음에서 아이를 챙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호텔로서는 지정된 서비스였고, 룸교체 서비스를 해주야 하지만, 만실로 못해주는 상황이었다. 호텔직원의 예의바른 죄송함, 감사함의 표현, 아이에 대해 걱정 해주는 점을 보며, 나는 웃으며 그들의 상황을 수용할 수 있었다.
조식을 예약하기 위해 문의하던 중 성인은 50%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도 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린이는 16천원에 이용이 가능합니다”라며 할인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
“어린이는 할인이 안 되어 1만6000원에 이용하셔야 합니다”와 “어린이는 1만6000원에 이용이 가능합니다”는 같은 내용을 고지한 것이지만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강조가 되어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든다. 후자는 “안된다”는 말 대신 “가능하다”는 말로 표현되어, 다소 서운함으로 느낀다.
행정사무는 법 아래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목적 및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사무로, 호텔서비스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법·국가 시책·다양한 계층의 공익실현·예산범위의 한계 등의 이유로 모든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즉시 처리해줄 수 없거나 시기적 상황으로 인하여 장시간이 지난 후에야 처리가 가능한 것도 있다. 또, 국가 시책 변화로 인한 제도의 변경으로 전에는 제공되었던 행정서비스가 종결되어, 처리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시민들의 수요는 생계·생활정주여건·금전적 이권 등과 실질적으로 연관되었기에, 호텔에서의 깨진 컵 처리 및 할인서비스 불가 안내처럼 단순하지 않고 복잡 다양하다.
따라서 시민들의 수요를 해결하지 못 할 경우, 업무담당 공무원에게 오는 민원 처리 과정에서의 불만은 다양한 절차를 통해 표현되고, 담당공무원은 여러 건수의 민원 불만을 응대한다.
안타깝게도 예산이 많아서 또는 법 제정이 용이해서 시민들의 수요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법이나 절차 및 지침을 위배하며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해결해주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도 없다.
이때 작은 변화로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능합니다”의 마법언어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불편하셨을 텐데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00부분은 0일까지 처리해드릴 수 있습니다. 즉시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처럼 말의 배려를 베푸는 것이다.
물론 말 한마디로 직접적인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풀어줄 수는 없다. 담당공무원이 법이나 절차를 마법처럼 바꾸어 시민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마법의 언어를 사용하여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것은 담당공무원이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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