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언론 보도에 의하며 ‘2016년 약 5만 명의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세종시의 경우 고등학교 자퇴학생 현황을 보면 ‘2015년 87명, 2016년 102명, 2017년 53명’으로 나타났다. 자퇴 사유를 보면 학교부적응이 가장 많고, 질병, 유학, 검정고시 준비, 대안교육 등 다양하다. 유형도 다양하지만 조치원을 비롯한 구도시와 신도시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구도시는 학교부적응이 많은 반면 신도시는 어학연수나 검정고시준비, 학교부적응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학업중단(2015년)을 지역별로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서울이 1.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세종시가 0.8%로 뒤를 이었다. 중학교 또한 위와 동일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는 세종시가 가장 높은 1.8%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서울, 부산, 강원 충북이 1.4%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를 다시 세종시만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인다. 세종시 일반고 전체 1.9%(남 1.4%, 여 2.3%), 특수목적고 전체 1.5%(남 1.9%, 여 1.3%), 특성화고 전체 1.1%(남 1.1%, 여 1.1%), 자율고 전체 1.8%(남 2.9%, 여 1.1%)로 나타났다.

세종시 교육이 좋은 것으로 1등을 하면 자랑스럽지만 하필이면 학업중단율로 대한민국의 최고가 된 것이 우려스럽다. 흔히 청소년시절을 ‘질풍과 노도’의 시기라 한다. 청소년이 만화를 보면 “다 큰 녀석이 만화를 본다.”고 윽박지르고, 어른들의 대화에 끼려 하면 “애들이 건방지게 어른 말씀하시는데 끼어든다.”고 혼난다. 육체적으로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생각은 ‘개구쟁이 스머프의 똘똘이’처럼 천방지축이다. 어른처럼 행동하려고 담배도 피워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셔보고 싶어진다. 이성친구와 사귀고 싶은 욕망도 꿈틀거린다.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고도 싶어진다. 그래서 으슥한 골목이나 공사 중인 공간(충남대학교 병원 짓는 곳이나 그 주변)을 찾아 또래끼리 모여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모의하기도 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기도 한다. 왜 어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불만을 토로하며 일탈을 경험하기도 한다.

필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중등교사 시절에 주로 학생부에 근무했다. 그것도 교외지도부나 상벌계를 담당하여 흔히 말하는 요선도학생들과 씨름도 많이 했다. 쌍무덤에서 본드 마시고 정신없이 흐느적거리던 녀석도 있었고, 집단 성폭행범들을 잡아 경찰에 넣은 적도 있다. 추운 겨울날 정문지도는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지각생을 벌주면서 욕을 먹었고, 정문지도비 3,000(1시간당) 받는다고 다른 교사의 시기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환경에 불만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은 육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의 사이에서 힘들어하게 마련이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중간자의 자리는 항상 힘들게 되어 있다. 따뜻한 대화가 필요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주변인들은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몰아세운다. 공부에 지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지각했다고 운동장을 돌렸던 과거가 생각난다. 사실 필자도 새벽에 안양에서 출발서 청량리까지 1시간 기차를 타고 다시 20분을 걸어 학교에 도착한 후 정문지도하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늦게까지 공부하고 새벽에 일어나 등교하는 아이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측은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각하는 아이들 다 그냥 들여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학생부 교사 시절은 참으로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현실은 항상 힘들다.

세종시는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노래방이나 게임방 같이 구태의연한 곳은 아이들에게 의미가 없다. 청소년을 청소년으로 보아줄 수 있는 시각과 그들이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른바 청소년 멀티플랙스(혹은 유스멀티플랙스)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운동도 하고, 음악회, 독서, 상담, 연극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교대항 체육대회, 합창대회, 연극제 등을 열어서 한마음을 뭉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냥 학업을 포기하고 방치하기에는 우리의 아이들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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