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식 <청주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주명식 청주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나는 25년 이상, 1만2000여명의 생명의 탄생을 지켜본 산부인과의사로서 산모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의 보약’ 같은 첫선물이 바로 ‘자연주의 출산’과 ‘수중출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생명의 탄생을 지켜볼 때마다 이러한 생각은 신념으로 내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얼마 전 30대 엄마가 두 살 된 아이를 혼자 놔두고 외출하여 아이가 사망 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서 어떻게 엄마가 저럴 수가 있나? 저러려면 뭐 하러 아이를 낳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멘트에 뒤덮인 각박하기 만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으며, 이것을 무덤덤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요즈음 우리들의 일상이고 사회상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아이 낳는 일을 소리를 지르며 남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일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악몽처럼 묘사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병원에서의 출산의 모습은 웅성거리는 의료진속 환한 조명등 아래의 차가운 분만대위에서 분만을 하는 것이 아닌, 분만을 당하는 모습으로 보여 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여 안타깝다.

출산진통을 겪고 있는 산모에게 지금까지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는 진통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처치 즉, 분만촉진제를 사용하거나 태아 감시 장치를 위해 꼼짝없이 산모를 침대에 눕혀놓고 무통주사를 놓아 진통을 완화시키거나 하는 등 출산을 앞둔 산모와 아이가 중심이 아닌 병원 의료진이 주체가 되어 분만이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미국식 분만방식은 산모에게는 더욱더 심한 출산의 고통과 두려움을 주고, 태아에게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큰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이다. 산모가 환하게 개방되고, 긴장된 분위기에서 분만이 이루어지면 우리 몸 에서는 ‘아드레날린’ 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출산 시 부드럽게 이완 되어야할 자궁 문을 경직시켜 출산시간을 더욱 길어지게 하고, 산모는 더욱더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또한 이 아드레날린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를 억제 시킨다. 옥시토신은 인간이 사랑을 할 때나 행복감을 느낄 때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평생에 옥시토신이 가장 많이 분비 되는 때가 출산도중과 출산직후라고 한다.

옥시토신이 왕성하게 분비되면 산모는 출산시간이 짧아지고, 출산은 즐거운 것, 황홀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태어난 아기와의 유대감은 더욱더 높아진다.

아기는 출산 후의 약 한 시간이 태아의 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반인륜적이고, 반이성적인 사회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첫 단추가 행복한 출산문화가 바로 자연주의 출산인 것이다.

인위적인 분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고,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긴장된 산모가 따뜻한 물속에들어 가게 되면 천연 백신이라고도 하는 ‘옥시토신’ 호르몬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릴락신’ 이라는 호르몬이 자연스럽게 산모 몸에서 분비가 되어 산통을 경감시켜주는 ‘수중이완’과 ‘수중출산’을 통해서 약물에 의한 것 보다 훨씬 더 큰 감통효과와 편안한 마음상태에서 진통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한다.

또한 진통시간동안 함께하는 남편으로부터 산모는 전우애 또는 가족애를 느끼게 되고,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엄마의 뱃속과 같은 최대한의 어두운 조명과 태중의 양수와 같은 온도의 물속으로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분만실에서 출산되는 태아는 분만 때 받는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훨씬 더 이성적이며 감성이 풍부하다고 여러 학자들이 보고하고 있다.

즉, 출산 후 한 시간이 한사람의 인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분만법과 다른 ‘자연주의 출산’은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분명 색다른 첫 경험이 될 것이며 그렇게 한 출산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의 가슴에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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