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발언 징계 고작 1일 출석정지…음주 추태 등 모두 ‘면죄부’
의원들로 구성돼 제 식구 감싸기…외부인 참여 등 개선 필요

▲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충북교육연대, 충북여성연대가 5일 충북도의회 현관 앞에서 김학철 도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7월 충북 사상 최악의 수해 속에 해외연수에 나서고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댄 발언을 한 도의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면서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도의회는 지난 4일 윤리특위를 열어 레밍 발언을 한 김학철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내렸다. 김 의원과 함께 연수에 나섰던 박봉순·박한범 의원에 대해서는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나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등 4가지가 있으나 지방의원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징계는 제명에 불과하다.

출석정지도 중징계에 속하기는 하지만 비회기까지 출석정지 기간에 포함돼 의정 활동을 못하게 막는 징계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김 의원도 형식적으로는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받았지만, 실제 징계는 불과 하루짜리 출석정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가 현재 회기 중이지만 김 의원이 속한 행정문화위원회는 5일~10일까지 특별한 의사 일정 없이 의정자료 수집을 위한 지역 의정활동 기간으로 잡았다. 출석정지가 아니더라도 도의회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의정활동이 없는 셈이다.

결국 오는 11일 열리는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이번 회기 중 김 의원에 대한 ‘제약’이다.

다음 회기인 359회 임시회는 김 의원 출석정지 기간이 끝난 뒤인 다음 달 12일로 잡혀있다.

결론적으로 30일 출석정지라고 포장돼 있지만 실질적인 징계는 오는 11일 하루만 의정활동을 제한하는 꼴이 됐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던 폭발력 있는 사안에 대한 징계가 이 정도 수준이니 다른 경우는 아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나마 이번에는 징계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전에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되고도 징계를 받은 적이 전무해 ‘제 식구 감싸기’라거나 면죄부만 준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14년 구성된 10대 도의회에서는 두 차례 윤리특위가 열렸으나 징계한 사례는 없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태극기 집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미친개’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한범 의원은 2년 전 술자리에서 공무원에게 술병을 던졌다가 논란이 일자 윤리특위 회부를 자진 요청했지만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징계를 할 만한 혐의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6월에는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A 도의원은 아예 윤리특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다. 음주 운전을 하면 중징계를 받는 공무원과 확연히 다르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가 비위 의원을 징계하는 기구가 아니라 ‘면죄부’를 주는 절차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도의회 윤리특위가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의원과 각 정파의 이해관계를 차단하고 잘못된 행위에 합당한 실질적인 징계를 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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