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주(청주대학교 교수)

 

(정진주 청주대학교 교수) 필자는 지난 해 충북 청주 오창에 처가 부모님, 처형 가족, 우리 가족, 세 가구가 모여 담장없이 세 주택을 짓고 살고 있다.

주택을 짓기 전 살아 온 아파트는 모두 1층이었다. 지금은 1층에 대한 선호도,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지만, 조망과 방범, 자동차 소음과 매연, 주차문제, 냉난방손실, 프라이버시 침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고층에 비해 불편하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고, 분양가나 매매가도 낮았던 시절에도 필자는 1층을 고집했다. 1층에 살면서, 앞서 말한 상대적 불편함에 예민하지 않았다. 가장 큰 민원인 층간소음은 우리 집으로부터는 발생하지 않았고, 남자 아이 둘은 1층에서 나서 자라 너무나도 활동적으로 생활해왔다. 고층은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귀찮아서, 외부활동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1층은 주민지원센터, 놀이터, 마트 등의 편의시설로 나가기도 쉽고, 쓰레기도 모아두지 않고 바로 처리할 수 있고, 고령의 부모님이 오시면 외부에 다니시기 불편함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층의 정원을 내 마당처럼 즐기고 살았으니, 절반은 주택의 삶을 누려온 것 같다. 아마도 이때부터 주택에서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그래서 필자는 주택을 짓길 희망하는 분들에게, 건축 설계나 기술, 시공 측면의 관점이 아닌, 필자가 주로 무슨 고민을 했는지, 소소하지만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드리고 싶다.

첫째, 자녀들에게 “집의 추억”을 만들어주자. 자신의 집에 대한 추억을 말해보라 하면, 이 시대의 자녀들은 아파트의 불편함과 획일화된 주거공간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부모와 함께 당연한 것처럼 살고 있을 뿐이고, 층간소음 스트레스, 사계절 변화 없는 동일한 공간속에서 살고 있어 별다른 추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마당을 밟고, 흙과 나무속에서 뛰어놀고, 가족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집의 추억”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둘째, 가능하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주택을 짓자. 은퇴후에 시골에 가서 집을 짓고 살겠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 주택은 주거내부 및 외부 공간 관리, 쓰레기 처리, 보수, 재해대비 등 관리에 본인의 노동력이 크게 필요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체력도 떨어지고, 질병도 생길 가능성이 많아 관리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사치라고 느껴진다. 주택에서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젊었을 때 시도하자.

셋째, 젊을 때는 자금 마련 방법에 신중히 다양하게 접근하고, 은퇴후에는 하우스푸어가 되지 말자. 주택을 지을려면 당연히 큰 돈이 들고, 젊은 나이에 마련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부동산담보대출로 구입하면서, 주택은 그러지 못한 것은, 아마도 아파트 담보대출 방식보다, 주택 담보대출은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층간소음문제에서 벗어나고 싶고,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집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땅콩주택, 협소주택처럼, 너무 넓은 대지와 대규모 저택이 아니라면, 금융권에서 면밀한 상담을 통해 건축비를 대출받아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있고, 필자도 이 방식으로 주택을 신축하였다. 물론, 개인마다 경제적 여건의 차이도 있고, 가계 여건도 허락지 않는 데, 대출로 무리해서 주택을 짓자는 것은 아니니 부디 오해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은퇴후에, 평생 모은 돈을 주택에 다 투자하면, 생활비, 병원비, 여행비, 취미유지비, 사교비 등의 노후자금이 없어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결국 나중에는 돈없고 나이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은퇴후 주택을 지을 때는 건축비와 노후자금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가장 고민해야 할 일이다.

넷째, 농사는 선택이다. 주택에 살면 왜 그렇게 농사를 지으려고 할까? 퇴근후에도, 주말에도 농사일에 매달려야 한다면, 주택을 선택한 이유들은 단숨에 사라진다. 특히, 체력이 떨어진 은퇴후 농사일은 텃밭이라도 힘든 일이다. 평생 농사일 한 번 안한 사람이 나이 든다고 저절로 어려운 농사 기술이 늘리는 없다. 농사는 주업으로 하는 전문가에게 맡기시라.

다섯째, 부모자식간이라도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주자. 장인께서는 제법 넓은 면적의 텃밭을 일구신다. 주말에 장인께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사위는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에, 맥주 한 잔에, 신문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누가 보면 좋지 않은 광경이다. 하지만 세 가구가 함께 살지만, 서로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 주기로 했었다. 집을 짓기 전 농사는 도와드리기 어렵다고 상의드렸다. 필자는 농사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다. 다른 소중한 이유로 주택을 지었으며, 퇴근후나 주말의 시간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갖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 여섯째, 배우자와의 동의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 것이 첫 번째일 수 있다. 부부간에 각자 해야 할 일, 서로 도와주어야 할 일 등 역할이 분명히 나눠져야 하고, 이는 주택을 짓기 전 반드시 동의해야 하고, 이후 지켜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주택에 사는 것이 고역일 것이고, 후회하며 다시 아파트로 이사 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삼십대부터 가져온 주택의 희망을, 고민과 준비와 실행에 5년여가 걸렸지만,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이루었고, 현재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고 있다. 아마도 주택에서 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고민하신다면, 지금 준비를 시작해 보시라. 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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