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주춤자료관대표 이찬주

(동양일보)2017년 9월 3일, 청주예술의 전당 소극장에서 컨템포러리 댄스콘서트가 행해져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송이 춤집단이 충청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팀키아프의 연주와 함께 춤을 보여주었다. 한송이 안무의 ‘코르샤코프 증후군’이다.

총체예술(혹은 토탈아트)은 인간을 포함한 총체적인 환경을 대상으로 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소재들을 발굴해내고 예술과 삶,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한송이 안무의 ‘코르샤코프 증후군’은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관객과의 만남이다.

이작품은 지나친 음주로 인해 뇌가 손상되어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필름이 끊기고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 증상으로 겁도 없어지고 용감해지는 상태를 다룬 것이다. 네 명의 춤꾼들은 다양한 색깔의 평범한 일상적 의상을 입었다.

‘코르샤코프 증후군’은 우리네 삶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술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의 고충과 애환을 그리는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 속의 꿈을 다룬 무용극으로 그려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한송이)은 무대중앙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대 오른편 테이블의 한 남성(김태건)은 술을 마시고 다른 남성(최원섭)과 조우한다. 노래가 끝나고 남성들은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바(Bar)로 합류한다. 바텐더를 포함한 네 명의 춤꾼들은 서로 팔을 엮기도 하고 바닥을 도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무대 뒤편 자리 잡은 피아노, 첼로, 드럼 등의 라이브연주와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체로 다가온다.

그리고 한명씩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간다. 한 남성(최원섭)은 무대를 거닐며 바닥을 뒹구는 동작을 되풀이하였고, 다른 남성(이준원)은 무대왼편에서 웃었다가 울었다가 관객을 마주하고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의 한 남성(김태건)은 사선으로 걸어 나와 반대로 돌아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하다가 테이블에 와서 앉는다. 한 여성(한송이)은 춤을 추다 의자를 딛고 올라서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며 마무리했다.

이윽고 신나는 팝송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군무가 펼쳐진다. 일렬로 줄을 서고 모여서 두 손을 움직이고 배를 내미는 동작도 한다.

우리 자신과 타 예술이 일종의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위해 한송이는 노래선정부터 라이브연주까지 춤과의 연결로 두 달 정도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한송이의 ‘코르샤코프 증후군’은 밀도 있게 완성된 춤과 각 장르의 고유한 요소의 속성을 어우러지게 하면서 색다른 미적체험을 유발케 하였다.

지역의 현대무용가 한송이는 현대무용의 다양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며 극과 춤예술을 결합한 형태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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