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남도의원들이 낯을 붉혔다.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온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지난 6월 본회의에서 통과 시켰지만 최근 격론 끝에 감사를 1년간 유보했기 때문이다. 행정의 책임성을 주장하며 감사 강행 입장에서 준비 부족 및 시일 촉박 등의 이유로 올해 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도 삿대질만 주고받다 ‘작전타임’을 부른 꼴이니 한심하다.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시·군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간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유보하자는 게 동료 의원들의 중론"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감사 유보 배경으로 시·군의 비협조 및 준비 부족을 꼽았다.

윤 의장은 "올해 조례를 개정해 시행하다 보니 자료 수집이 늦어지고 준비에 따르는 시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감사를 하려면 시·군에서 자료가 와야 하는데, 시·군에서 자료를 보내주지 않는다"며 "자료 제출이 안 되면 감사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의회는 시·군의 비협조로 감사를 유보했다고 하지만, 도의회 안팎에서는 시·군 및 공무원노조 반발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눈치보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감사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조례까지 개정해 놓고 정작 다음 의회에 책임을 넘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장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충남도의회의 시·군 대상 행정사무감사 유보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행감 조례 개정에 대해 원상복구는커녕 1년 유보해 11대 의회로 떠넘기는 술수가 과연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며 “도의회가 광역의회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지방자치에 역행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동조합도 도의회의 시·군 행정감사 유보 결정과 관련 “유보 결정은 일방적으로 조례개정을 추진한 충남도의회의 무능과 무지, 불통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라며 “행정감사 유보가 아닌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6월 296회 정례회에서 김종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안 일부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 조례 개정 내용은 도의회가 일선 시·군에 대해 직접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국회가 시·도에 위임한 국가사무에 대해 국정감사를 벌이는 것처럼 시·군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 3개월도 되지 않아 충남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유보 방침을 밝히며 체면만 구기게 됐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충남도의회 정책의 직접적 피해자는 다름 아닌 충남도의원들이다. 도의원들은 행정감사의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오락가락 입장 때문에 시군과 시군의회, 공무원노조 등의 불신만 키우고 있을 뿐이다. 지역사회의 갈등만 고조시킨 충남도의회에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도민들의 시름이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충남도의원들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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