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대 하락에도 팔리지 않아 재고 쌓여가…
농장 출하가격 낮춰도 팔리지 않아 ‘고사직전’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살충제 계란값 파동이 현실화 되면서 농장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만원대 고공행진도 옛말이고 출하가격을 왕란 30개 한판에 3000원까지 낮춰도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계란을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계란값을 대폭 내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탑대성동의 한 슈퍼마켓은 왕란 한판 가격을 3980원까지 내렸다.

상당구 용암동 농협하나로마트 청주점은 지난 4일부터 왕란 30개 들이 계란 한판을 4950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 행사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용암동의 또다른 마트도 최근 계란 한판에 53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하던 불과 몆 주전에 비해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고, 예년가격에 비해서도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는 것이 마트 주인의 말이다.

가게 주인 A(55)씨는 “재고가 쌓여 가격을 대폭 낮춰 출하하는 농장이 많다”며 “산지 가격도 내려갔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1년 전 가격으로 팔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당초 일시적인 행사로 마련한 할인 판매였는데, 산지 가격이 떨어져서 당분간 계속 싸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유통상들도 계란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더 낮춰 파는 분위기다.

서원구의 한 계란 유통점은 이달 초 왕란 한판을 7000원, 특란은 6500원에 팔았지만, 지난주부터는 500원씩 가격을 낮췄다. 대란은 4000원∼5000원대에 팔고 있다.

가게 주인 여모(60)씨는 “지난해 이맘때 하루 100판이 나갔다면 지금은 20판도 못 팔고 있다”며 “다음 주부터는 500원씩 더 할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특란 계란 한판의 전국평균 소매가는 5784원으로 일주일 전(6168원)에 비해 5.5% 인하됐다.

이는 지난달 14일 살충제 계란파문 이전 가격(7595원)에 비해 23.8% 폭락한 것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을 휩쓸면서 계란값이 한판에 1만원까지 치솟기 이전인 지난해 이맘때(5632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 수원, 청주 일부 유통상은 4000원대에 특란 한판을 팔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살충제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추석을 앞두고 계란 가격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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