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댄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도의회에서 발언한 공개사과 내용을 놓고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김 의원은 앞선 ‘레밍’ 발언으로 지난 4일 열린 충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공개사과와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사과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저의 사려 깊지 못한 판단과 언행으로 많은 도민과 국민에게 우려를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여기까지는 김 의원이 진정성 어린 사과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지만 이어진 발언은 사과라고 하기에는 불편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여 오른쪽, 왼쪽을 아우르고 늑대의 우두머리가 약한 놈, 어린놈을 모두 돌보면서 가듯이 배려와 관용, 포용의 정치 길을 가겠다”고 발언, 분란을 재 점화시켰다.
김 의원 사과발언 가운데 ‘약한 놈’과 ‘어린놈 돌보듯’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늑대 우두머리론’을 언급한 내용으로 또다시 사달이 났다.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은 즉각 더불어민주당 등 도의회 내부와 전 국민으로부터 공분을 사는 등 혹평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마치 국회의원 정도 되는 착각 속에서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수사(修辭)를 동원해 도민을 우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은 직설적 화법보다는 에두르고 미사여구를 종종 사용하는 기법으로 자신과 정당의 입장을 대변한다.
정치인이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경우 정확한 어휘와 문법보다 사실관계를 ‘레토릭(rhetoric)’ 으로 에둘러 발언하는 경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레토릭’은 똑같은 말이라도 좀 더 긍정적으로 표현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좋은 용도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궤변을 늘어놓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도 이용되기도 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뉘앙스도 함께 포함되는 범주에 속한다.
‘레밍’에 이어 ‘늑대’까지 등장시킨 김 의원의 ‘레토릭’ 저의가 궁금해질 따름이다.
‘레토릭’ 기법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한 기술이라고 정의되지만,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의원이라고 하면 지역구 유권자들은 비전과 공약보다는 정당 성향에 따라 투표로 선출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일꾼 이미지인 시의원보다 도내 전체를 아우르고 도정을 잘 감시하며 살피라는 의미로 도의원은 지역사회에서 걸 맞는 예우를 해주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보다는 다소 한 수 아래지만, 유권자 역시 지역발전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정치인으로 여기고 있다.
시의원과 비교해 볼 때 도의원 ‘아우라(aura)’는 차이를 분명 느낄 수 있다.
충주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 가운데 국민적 공분을 사고, 한편으로는 전 국민들이 내뱉는 비난의 대상이 된 정치인은 아마도 ‘전무후무(前無後無)’ 할 것이다.
김학철 도의원은 이른바 ‘물난리 외유’에 이은 ‘레밍’발언으로 전 국민들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아마 충북도내는 물론 충주지역 정치사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장이 컸다.
김 의원이 ‘늑대 우두머리론’을 언급하며 온 국민에게 뉴스거리를 제공해 얻는 이익이 무엇인 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라는 사실을 잘 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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