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현주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청주의료원의 입원실.

 (충청의약뉴스 하은숙 기자) 입원 환자가 마땅이 둘봐줄 사람이 없을 경우. 전문 간병인을 어쩔 수 없이 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환자를 옆에서 돌봐주는 일은 가족이 아닌 이상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입원비용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가입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진료비나 수술비보다는 ‘간병비’를 꼽을 수 있다.

따로 돌봐줄 사람이 없는 환자와 가족에게 ‘간병비’ 부담을 해소하고 입원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간호·간병통홥서비스(통합서비스)’가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도 ‘통합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간호인력(간호사, 간호조무사, 재활지원인력, 간호지원인력) 부족 등으로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충청의약뉴스는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자와 간호사들의 불만과 정부 차원의 대책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통합서비스

통합서비스는 지난 2013년 7월 국고보조 시범사업으로 ‘포괄간호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시작됐고, 2016년 4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변경 시행 중이다.

이는 보호자나 고용 간병인 대신 간호인력이 간병까지 도맡는 입원서비스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양질의 간호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권리 차원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간병인과 환자 가족이 병실에 머무는 한국식 병간호문화가 지적되면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간병인과 보호자 등의 병실상주를 제한하고 전문 간호인력 등이 입원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낮추고, 사적 간병인 또는 가족이 담당했던 간병 부담을 해소하며, 간호사의 전문적 간호서비스를 통해 감염병과 낙상 예방 등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통합서비스 현황

정부는 올해 통합서비스 시행기관 1000곳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353개소(2017년 7월말 기준)에 불과했다.

지난 2015년부터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 병상 당 100만원, 공공병원은 기관 당 최대 1억원, 민간병원은 5000만원 이내로 시설개선비를 국가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2년 동안 100억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의료기관 통합서비스 참여율은 저조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통합서비스 병상은 2013년 1423개, 2014년 2363개에 그쳤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7443개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만4926개 병상으로, 두배 이상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전체 병원 도입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9일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통합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참여대상인 공공의료기관 88개(정신병원, 군병 등 제외) 중 이를 도입한 기관은 64곳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현재 환자가 통합서비스 병동 입원료는 일반 병동 입원료 보다 약 1만 5000원을 더 부담한다. 충북의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5인실 기준 일반병동에 비해 9000원 정도 더 납부하면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통합서비스 확대를 막는 원인

정부가 내년까지 3800여개 병원에 도입 키로한 통합서비스는 간호인력 수급 불안정으로 통합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서비스 입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인력들은 증가된 업무와 잡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간호인력 부족 현상은 의료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통합서비스’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서비스는 일반병동보다 환자 규모당 약 2~3배 많은 간호사 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간병 관련 잔업이 늘어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만 뒷받침할 간호인력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까지 국내 3800여개 병원에 통합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통합서비스 정착에 힘쓰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종합병원 통합서비스 병동의 경우 간호사 1명당 환자 7~12명,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30~40명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보고서에서 2030년 간호사 부족 규모는 15만8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총 면허등록 인원인 35만9000명의 44.1%에 달하는 규모다.

‘보건의료 인력 수급체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내년 보건의료 인력 중 간호사는 12만2164명, 약사는 1613명, 의사는 785명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나 의사에 비해 의료 현장에서 궂은 일을 많이 하는 간호사가 상당수 부족한 것이다.

2018년에는 12만 여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통합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수년간 지속된 간호사 부족 문제 해결 없이는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병원들은 인력난외에도 수가와 의료서비스 질 등을 현실적인 걸림돌로 보고 있다.

정부는 통합서비스 시행기관을 작년에는 400개소, 올해는 1000개소,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 환자도 불만..."간병인 쓰는게 나을 듯"

간호인력 부족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인해 일부 환자들의 불만을 터트린다.

환자들은 간호사들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면 그것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일반병동 기준보다 약 1만 5000원 가량을 더 지불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A씨는 "보호자가 없어 일부러 돈 더 주고 통합서비스로 왔는데 간호사들이 바쁜지 뭘 부탁하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며 "간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일반 병동으로 가서 간병인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현재 환자가 통합서비스 병동을 이용할 경우 종합병원 6인실 기준 일반 병동 입원료보다 약 1만 5000원을 더 부담한다. 또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에 약 8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충북의 경우

충북지역은 타지역보다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충북은(8월28일 기준) △청주의료원(126병상) △충주의료원(50병상) △건국대충주병원(86병상) △충북대병원(38병상) △청주성모병원(36병상) △제천성지병원(32병상) △명지병원(38병상) 7개(406병상) 의료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청주의료원의 경우 126개 병상 모두 입원, 충북대병원은 38병상 중 30명의 환자가 입원중이다.

그밖의 의료기관에서 164명이 입원해 총 입원환자수는 325명으로 80% 입원률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병상이 남아 있는 병원들은 홍보 부족과 중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애로사항 등을 지적하며, 전문상담사 고용 등을 통해 홍보 강화에 노력해 환자유치에 힘쓰고 있다.

제천 명지병원의 경우는 추가 병동을 진행하고 싶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간병 서비스를 받고 있어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정부 정책에 부응해 확대 실시하고 싶어도 간호인력 부족으로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실시하려면 2019년 이후에나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입원한 한 환자는 “비용도 저렴하고 가족처럼 성실히 간병해 주고 있어 매우 만족한다며 통합서비스 확대로 많은 환자들이 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를 바란다”며 정부의 통합서비스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통합서비스가 성공하려면

통합서비스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간호인력 확충이다.

열악한 간호사 인력 수준으로는 통합서비스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이런 근본적 해결책 없이 시행되다 보면 통합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에 대한 투자를 확충으로 간호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간호사들의 이직율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과 근무여건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통합서비스가 국민과 환자는 만족하지만 정작 간호사는 고통 받는 제도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간호사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간호사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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