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신설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자식들을 가까운 곳에 학교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급기야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읍소하기에 이르렀지만 별반 소용이 없었다. 결국 고성과 폭언 그리고 막말이 오가며 상호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진면목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수준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는 이유를 보면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낙후된 지역에 대한 소외감, 또는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편함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보도를 보면 장애인학교가 들어선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파트 가격이나 전세 시세는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았지 특수학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반대를 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보기도 불편하고 주변에 있으면 신경 쓰이고 마주하면 해를 끼칠까 우려도 되고. 아니 내 한 몸 먹고살기도 버거운데 혹은 나는 나대로 살겠다는데 왜 그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장애인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어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들이다. 간혹 장애인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장애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보다 수치도 낮고 훨씬 덜 흉악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 격리시키거나 무관심 하는 방식으로 차별하였다. 장애인시설을 평가하러 다녀보면서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장애인시설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산속에 있었다. 공기 좋고 물 맑아서 좋겠다고 하기에는 주변시설이 너무 형편없었다.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을 대하는 방식을 보는 것 같았다. 장애인의 90% 가까이가 살아가면서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었다는 결과를 보면 사실 우리는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만은 장애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살다보면 각자는 노화로 인하여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절장애로 인해 지체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런 처지에 놓인 노인들이 장애등급 받는 것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노화로 인해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이지 결코 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과 그리고 무시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으로 불려서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숨기거나 아닌 척 하는 것만큼 불편한 것도 없다.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니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장애인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기까지에는 특히 정치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만큼 표계산이 밝고 약삭빠른 사람들도 없다. 입으로는 정의사회구현과 적폐청산을 내세우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과 관련해서도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 및 지방의원들 인터뷰기사를 보면 입장표명을 회피하거나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등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주민의 대표라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번 사태해결과 관련하여 푸르메재단의 백경학상임이사는 페이스북에서 국내최초의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을 때 겪은 어려움을 언급하며 장애인시설이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동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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