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문재인 정부에서 내세운 내각 인사들이 인사청문회나 여론 등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면서 집권 초기부터 내세웠던 ‘개혁 드라이브’에 비상등이 켜졌다.
법조계 개혁 추진의 적임자로 올렸던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인감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고, 조대협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과 사외이사 불법 겸직 등이 논란이 돼 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지명됐던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 문제로 나흘 만에 자진 사퇴했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주식대박’ 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물러났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장관은 그 부서를 책임지고 원활하게 이끄는 실질적 책임을 지고 있는 동시에 정무적 판단과 행위를 맡아야 하는 직책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비춰볼 때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철학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창조과학론’ 논란에다 뉴라이트 계열이 주장해 온 ‘건국절’ 주장과 궤를 같이 해온 점,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통한 탈세 등 그의 행적은 사사건건 문제가 됐다. 여기에 무상으로 주식을 받은 기업에 대한 ‘셀프 심사’ 논란까지 겹쳐 도덕적 치명상까지 입게 됐다.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업체를 지자체 강소기업으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것인데, 그에 의해 선정된 업체는 자격 요건에서 크게 뒤졌다는 뒷말이다. 급기야 여당인 민주당까지 “박성진이 사퇴 안하면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3개월간 국회에서 계류됐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지난 11일 재석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고, 여야 관계는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진보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두고도 야권은 낙마를 자신하며 ‘또 한 번의 승리’를 벼르고 있다. ‘낙마 5인’과 이들을 두고 동일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줄줄이 사퇴와 낙마가 거듭됐던 ‘인사참사’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리아브를 급제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는 데에는 청와대의 인사검증라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한두 번이 아닌 까닭에 ‘인사풀’ 부족이니, 집권 후 인수위가 없어 시간이 부족했다는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조국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이유다.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그동안 인사검증에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진솔한 사과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기에는 인사검증 시스템의 재정비를 국민이 공감하는 눈높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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