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붕구 청주 지큐 양복점 대표

주름진 손을 따라 낡은 각자와 곡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이내 세련된 양복 한 벌이 만들어진다. 각자와 곡자는 지나간 세월을 증명하듯 낡아버렸지만 그의 손끝을 거쳐 만들어진 양복은 세련된 멋을 뽐낸다.

이 화려한 손놀림의 주인공은 30여년 이상 청주에서 잊혀 가는 맞춤양복의 명맥을 지켜가고 있는 윤붕구(62) 지큐(GQ) 양복점(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141-1·☏043-256-7764) 대표다.

그의 나이 벌써 이순(耳順). 다른 사람들 같으면 직장에서 은퇴했을 나이지만 윤 대표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이 담긴 손길로 세련된 맞춤양복을 만들어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 형을 따라 심부름부터 시작한 재단일인데 어느새 40여년 동안 맞춤양복 외길만을 걷고 있다.

장애를 갖게 됐지만 재단을 향한 그의 열정은 그를 패션디자인분야 충북 명장 1호에 이름을 올리게 했고 지난 12일 ‘2017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대상’을 수상하게 했다.

그가 받은 ‘2017년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대상’은 사회·문화·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명망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면밀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수여되는 상이다.

윤 대표는 40여년의 현장경험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패션디자인 발전 및 맞춤양복 대중화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이 상을 받았다.

휠체어가 아니면 몸을 움직이기 힘들지만 넘치는 열정으로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양복을 만드는 탓에 그의 양복점엔 아직도 단골들이 줄을 선다. 넘실거리는 기성복의 유행 물결에도 그의 맞춤양복을 한번 입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양복점 컴퓨터에 저장된 단골 명단만 해도 1000명이 넘을 정도이고 요즘에는 경주, 전주, 포항, 영월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윤 대표의 첫 양복점은 1982년 문을 연 ‘기술라사’였다. 이후 1987년 현재의 지큐 양복점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위치도 당시 시내 쥬네스 쇼핑몰 앞에서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으로 옮겼다.

사실 윤 대표가 처음부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것은 아니었다. 2009년 디스크 수술이 잘못되면서 휠체어에 앉게 됐다.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그 이후에는 의료소송과 재활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너무 힘들어 양복점을 접으려 했었던 윤 대표다.

“힘들고 절망적이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어요. 하지만 병원을 다니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초심으로 돌아가 피나는 재단 연습을 거쳐 다시 양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맞춤 양복은 무려 385가지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신체 사이즈를 재 제도를 하고 원단에 본을 떼 손바느질로 가봉을 한 뒤 손님에게 입혀 수정을 한다. 다리가 굳어버려 재봉틀을 돌리는 데에는 불편이 있지만 장애를 뛰어넘어 손님에게 최고의 양복을 선사할 때면 가슴 뿌듯해지는 희열을 느낀다.

워낙 단골들이 많으니 기억에 남는 손님들도 많다.

“본인, 아들, 손자까지 3대째 양복을 맞추러 오는 손님도 있어요. 3대가 대를 이어 제 가게를 찾는 정성을 보면 보람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윤 대표의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1979년 충북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같은 해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것에서부터 충북도지사표창, 충북장애인 기능경기대회장 표창, 감사패, (사)한국맞춤양복기술경진대회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특히 중국 양복기술 발전에도 공이 커 중국 하얼빈사법대학원장 감사장, 중국흑룡강 신문사 사장 감사장 등 중국에서 여러 번 표창을 받았다.

현재 윤 대표는 (사)한국맞춤양복협회 이사, (사)한국기능선수회 충북지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후배 양성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기존 기술서적들이 기술자 위주로 돼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윤 대표는 의상학과 학생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술서적 발간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다쳤을 때도 믿고 찾아와준 고객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최고의 양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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