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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아이만 탓하는 사회<이현수>
동양칼럼-아이만 탓하는 사회<이현수>
  • 이현수
  • 승인 2017.09.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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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장)

어느 시대든 아이들의 태도 문제는 어른들의 동일한 불평으로 수반된다. 아이들의 버릇없음과 관련되어 인구에 회자되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던 4천 년 전 로제타 스톤의 비문도 그러려니 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작은 돌을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시대 젊은이들의 일상 풍경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예나 지금이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어른들에겐 ‘버릇없다’로 판정되긴 마찬가진가 보다. 그러한 인식에 나이라는 생물학적 기준까지 엄격히 더해지면 자신에겐 관대하고 나이 어린 아래 사람에겐 엄혹한 권위적 자세는 덤으로 따라온다. 그렇게 꼰대는 무소불위의 연배 중심 질서로 형성되고 탄생된다. 물론, 젊은이들의 일탈을 대책 없이 옹호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가부장적이며 유교적인 우리 사회에서 그간 쉽게 지나쳐왔던 보편적 인식 오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의는 대게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로 통칭하기엔 턱없이 나이가 부족한 중학생들의 또래 친구에 대한 무자비한 폭행 사건이 일파만파다. 부산을 기점으로 강릉과 아산에서의 비슷한 폭력 사건도 잇따라 알려졌다. 이에 분노한 사회여론은 소년 법과 형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만 19살 미만 청소년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형사처분 받지 않거나 형을 깎아주도록 돼 있는 관련 법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지난주 정기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법무부 장관은 법 개정을 검토한다고 했고 교육 부총리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처벌이 응분과 일치해야 한다는 응보주의 흐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 ‘소년법’ 논의는 젊은이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여지없이 연동된다. 청소년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어찌 청소년 개인의 일탈로 한정될 문제이겠는가. 그것은 국가적 과제인 양극화 해소와 촘촘한 복지 확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 순진한 주장이라 힐책 받을지 언 정 청소년 범법자는 소외된 청소년의 다른 이름이며, 그들이 진정 원한 것은 어른과 학교의 ‘관심’일 수 있다는 포용적 사고에서 소년법 개정의 담론이 형성되는 것이 순리다.

친구들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씻지 못할 상처로 가슴 저미고 있을 피해 학생과 가족들 앞에서 어설픈 용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아들을 죽인 그 사람을 용서하라고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세요. 그건 가장 사치스러운 충고이니까.”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각색한 이창동의 영화 ‘밀양’에 나오는 주인공 신애의 절절한 절규는 감정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아픔을 대신 짊어지긴 어렵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준다. 그렇다. 인간의 능력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은 용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벌로는 폭력을 이길 수 없다. 우리 앞에 벌어진 중학생 폭력에 대한 분노 앞에 호흡을 다소 길게 해 보자.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들은 혼돈의 시기다. 유혹은 공기처럼 차고 넘친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후에는 다음 범죄는 실수가 아닌 반항적 고의가 된다. 그렇게 학교 밖 아이는 서늘해진다.

소년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요즘 아이들이 법망을 피해 갈 정도로 영악하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의 일탈적 문제 앞에 서슬 퍼런 책임을 추궁하지만 우리 사회 어른의 책임은 예나 지금이나 모르쇠로 방기하고 있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또래 아이들의 싸움과 폭행 앞에서도 행여 피해가 올까 봐 외면하는 어른이 존재하는 한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의 태도를 교육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요즘 애들 무서워서 함부로 대하다간 큰일 난다’는 보편적 경구가 어른의 확고한 인식으로 자리 잡은 사회 아니던가?

경쟁으로 내몰리고 관계 맺기에 서툰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며 어른의 직무유기다. 흔들리고 무너진 가정에는 외로움이 있고 인성교육의 부재와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독버섯처럼 경쟁심과 이기심이 커나간다. 어른의 잘못으로 먹먹하게 떠나보낸 세월호의 우리 아이들, 그 통렬한 슬픔과 성찰이 채 끝나지도 않은 우리 사회에서 어찌 감히 아이만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어른과 학교의 책임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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