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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에세이-2017년 7월의 기억
동양 에세이-2017년 7월의 기억
  • 이민표
  • 승인 2017.09.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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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표 <괴산군 시설사업소장>
이민표 괴산군 시설사업소장

기세 등등 했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완연한 가을이다.

지난 7월 16일의 기습 폭우는 괴산군 역사 이래 두번째로 큰 수해를 입혔다. 농작물과 재산의 손실은 물론 수해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인명피해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수해 당일은 주말(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전 공무원들은 새벽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사무실로 출근했다. 괴산댐 상류는 넘치고, 갑작스러운 수문개방으로 하류는 유실사태가 발생하고, 청천면 등의 계곡마다 토사가 쓸려나와 물바다를 이뤘다.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었다.

비상출근한 공무원들은 현장을 돌며 주민을 대피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려 동분서주 했다. 비가 그치자 지체 없이 현장의 정확한 피해상황 파악과 추가피해 방지 및 긴급복구를 위하여 열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뙤약볕 아래 복구 작업과 피해조사를 위해 뛰는 공무원들을 더욱 괴롭힌 것은 폭염이었다. 주의보까지 발령될 정도의 더위는 복구에 나선 모든 이들에게 이중고를 겪게 했다.

나용찬 군수를 중심으로 괴산군 공무원들의 신속하고 일사 분란한 움직임은 무난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나름 수해복구 국비지원에 많은 수혜를 받게 됐다.

그러나 농작물피해 보상이 미미한 아쉬운 상황 등은 제도적인 보완과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이번 7.16수해를 계기로 수재민들을 방문해 어려운 상황을 살펴보고, 한탄어린 많은 이야기들을 이청득심(以聽得心)하는 자세로 끝까지 겸허하게 경청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려는 공직자들의 모습은 같은 입장인데도 아름답게만 보였다.

수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자 폭염과 싸우며 땀범벅의 몸으로 묵묵히 수해복구에 임한 공무원들의 모습은 주민들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받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군부대, 경찰, 자원봉사자, 지자체 등 전국 각지에서 수해복구 지원과 온정어린 구호물품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모습들은 수재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아픔을 함께하려는 전 국민의 뜨거운 사랑이었음을 기억한다.

평소에 일부주민들은 공무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을 테지만, 주민들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누구나 가리지 않고 말없이 뙤약볕 아래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다하는 자세가 “감동적이였다”는 주민들의 말도 들었다.

수해현장에 달려간 공무원들에게 어떤 주민은 “공무원들이 잘못하여 수해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수고를 해주니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기도 했다. 주민과 함께하고 같이 가려는 마음, 서로를 배려하는 이타심이 현대 사회를 사는데 중요한 도덕적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되뇌게 했다.

이번 재난을 겪으며 주민과 공무원은 순망치한(脣亡齒寒)과 같아서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이고 감사한 존재임을 공감하고 주민과 공직자가 서로를 보는 시야를 재정립 하는 계기가 충분했으리라.

우주의 섭리를 어길 수 없듯 어쩔 수 없이 수재민들도 가을을 맞이해야만 한다. 추석 차례상도 차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심신의 상처가 아물지 못한 수재민들에게는 올가을은 오히려 가슴이 쓰리고 허전함을 느끼는 한탄스러운 계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도내 유일한 문체부의 6년 연속 유망축제인 괴산군 고추축제가 지난 3일까지 4일간 열렸다.

수해를 이겨낸 농민들은 잦은 비로 탄저병 등이 기승을 부려 고추수확이 어려웠을 것인데 고추축제를 성황리에 치르느라 최선을 다했다.

역대 가장 많은 20여 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고추는 물론 다양한 농·특산물들도 예년보다 훨씬 많은 판매실적을 올려 농민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위안하였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다른 지역들도 가을을 맞아 다채로운 축제와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해를 당한지역의 지난여름의 아픔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청명한 가을날을 산, 바다, 관광지 등으로 나들이를 떠나며 마냥 즐겁고 흥겨워하는 모습들을 연출할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직자의 한사람으로서 묘한 착잡함을 느낀다. 명절을 앞에 두고 지난 7월의 악몽을 잊을 수 없는 것이 수재민들과 수해지역 공무원들과 이에 관련한 사람들만 이라면 왠지 씁쓸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아 가을에 접어들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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