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 외교안보 특보를 비판한 데 대해 사과했다.

송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지원 의원의 “문 특보를 비판한 게 소신이냐”는 질의에 “소신이라기보다 발언이 과했다. 사과한다”고 답했다. 전날 문 특보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하며 날을 세웠던 송 장관이 하루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송 장관의 ‘설화’가 일파만파로 번진 데에는 그 자신의 책임이 크다. 송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정인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하지 않는다. 개탄스럽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여과 과정 없이 직설적으로 폄훼하며 언급을 하는 것은 한 나라의 각료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옳지 못한 처사다. 자유한국당의 옹호성 발언처럼 송 장관이 ‘무사스러운’ 점이 있어 속내를 모두 다 우직하게 털어놓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국방과 안보의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장관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발언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발언한 내용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문 특보는 ‘학자 입장’을 가진 이로, (자신은 문 특보를) 통일 외교안보 특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요, 그런 문 특보가 ‘떠들고 있다’는 것이 두번째요, 그런 문 특보를 보면 ‘개탄스러운’ 것이 세번째다. 문 특보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송 장관을 비난하자는 것 또한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안보라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두 사람이 일련의 북핵 사태와 그에 대한 대응에 있어 의견의 차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정무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정무적 발언이란 정제된 언어를 통해 자신의 논지를 관철하되 상대방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장관의 말을 한마디로 하면 ‘특보 같지도 않은 학자가 안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떠드니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국방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게다가 그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배치된다. 국가의 국정기조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향해 힘을 결집시켜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철학과 기조가 북핵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의 채널은 열어놓고 인도적인 대북지원 또한 끊지 않아 언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문 특보의 발언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송 장관이 검증되지 않은 발언을 해 정책적으로 혼선을 일으켰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적절하지 않은데다가 조율되지도 않은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민간인이다. 개인 자격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오히려 여러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그런 행보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송 장관은 정부의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다. 그에게 주어진 공적인 직책만큼 그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하는 발언, 개인을 비하하는 발언, 정제되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발언은 그에게 독이 돼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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