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직위 유지’ 벌금 90만원 확정
-재임 절반 이상을 수사·재판으로 보내
-끝내 군수직 지켜낸 ‘오뚝이’ 정치인생
-조직안정화 등 기대…3선도전도 ‘관심’

 

2015년 7월 27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정상혁 보은군수가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 정래수>

(동양일보 임재업·이도근 기자) 정상혁(76) 보은군수가 21일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 90만원이 확정되며 남은 임기를 무사히 채우게 됐다. 7년의 재임기간 중 절반 이상을 사법당국의 수사·재판으로 보낸 정 군수의 수난사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직위유지형’ 확정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군수에 대한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군수는 재선에 나섰던 2014년 6.4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지역주민에게 축의금 명목으로 90만원을 전달하고 자신의 업적과 포부 등을 담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주민 4900여명에게 보낸 혐의로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상 죄질이 무겁다”며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나 2015년 7월 열린 항소심에선 “선거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며 직위 유지가 가능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은 검찰과 정 군수 측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물품을 가져가는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들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다만 나머지 적법절차를 거친 증거만으로도 일부 위반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정 군수는 2014년 12월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10개월 만에 ‘선거법 위반’ 멍에를 벗게 됐다.

●‘7년 수난사’ 주목

초선과 재선까지 7년의 재임기간 중 절반 이상을 사법당국의 수사와 이에 따른 재판으로 보내야 했던 정 군수의 ‘수난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7대 충북도의원을 역임한 그는 2006년에 이어 2010년 옛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밀렸으나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꿔 ‘친정’에 설욕하며 보은군수에 올랐다. 4년 뒤엔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오는 승부를 띄워 재선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그는 초선 군수 3년차였던 2012년 12월 ‘보안등 사업’과 관련한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10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정 군수는 끝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 숨 돌리는 듯 했으나 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 연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1년 가까운 수사를 거쳐 또다시 피 말리는 재판에 들어갔다.

당시 1,2심은 8개월 정도가 소요됐으나 2015년 8월 상고 이후 사건 판결이 2년 이상 늦어지면서 정 군수는 재선 임기 대부분을 선거법 족쇄를 찬 채 지냈다. 정 군수는 이에 대해 “돌이켜보면 정말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지난 일들은 가슴에 묻겠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임기 9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직위유지’ 판결을 이끌어낸 정 군수는 보안등 특혜의혹부터 이어진 수사당국의 칼날을 피해내면서 군수자리를 지킨 ‘오뚝이’가 됐다.

정 군수는 대법 확정 판결 소식을 접한 뒤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을 존중한다”며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주민의 성원 덕에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청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조직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군수의 내년 3선 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지역 정치권 등은 보고 있다. 그러나 정 군수는 “남은 임기 발등에 떨어진 현안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3선 출마 여부는 임기 막바지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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