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과, 두 건물 더부살이…학생들 “학습권 침해”
학교측 “회의 통해 이해관계 조정”…대책 마련 지지부진

(동양일보 강우진 인턴기자) 충북대 간호학과가 3년째 다른 학과 건물에 ‘더부살이’ 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기존 약속을 번복한 뒤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마저 사고 있다.

24일 이 대학 간호학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간호학과 학생들은 최근 약학대학이 오송캠퍼스로 이전한 후 약대 본관을 간호학과가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윤여표 총장의 약속과는 달리 이 건물을 수의학과와 함께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

2014년 첫 시설부족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약학대학이 오송캠퍼스로 이전하면 4층짜리 약대 본관 건물을 온전히 간호학과에 주겠다는 약속을 학교 측이 돌연 번복한 것이다.

현재 간호학과는 인원에 비해 부족한 시설로 N18동 1,2층 일부와 형설관 4층 일부를 배정받아 결국 한 학과가 두 건물로 나뉜 채 다른 학과 건물에 더부살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발한 간호학과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학교에 ‘반쪽짜리 학과, 저의 등록금은 반값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내거는 등 단체행동에 돌입한 상태다.

비대위는 “2012년 학과 개설 이후 총장이 약학대학이 오송캠퍼스로 이전하면 약대 본관을 간호학과가 쓰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러나 얼마 전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온전한 4층짜리 건물이 아닌 1층의 일부를 수의대 연구실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2012년 개설된 간호학과는 그동안 역사교육과와 함께 N18동 건물을 사용했지만 2015년 신입생 입학과 간호대학원 개설로 인해 기존 건물이 간호학과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됐다. 부족한 시설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학교 측은 간호학과에 N18동과 도서관 부속 건물인 형설관으로 학생들을 분산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한 학과가 두 건물에 분리되는 꼴이어서 학생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당시 윤여표 총장이 ‘2018년 이내 약대 연구동으로의 이전’을 약속하면서 상황은 마무리 됐다. 그러나 최근 학교 측이 약속을 번복하고 건물의 일부를 수의학과 연구실로 사용토록 하겠다고 간호학과 측에 통보하면서 시설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014년에 이어 시설 이전 문제를 두고 간호학과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학교 측은 아직까지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 기획처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로 수의학과와 간호학과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교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학과 비대위는 “시설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빠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학생은 “학교측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제대로 된 학습 환경을 조성, 제공하는데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충북대 간호학과 건물에 “약속대로 간호학과 건물이전을 진행하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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