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락볼링장 클럽처럼 ‘성인위주’ 운영
청주서도 6~7곳 성업…주류 판매 등은 규정 없어
술 팔지만 청소년 출입제한 없어…‘보호 사각지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스포츠 동호회 문화 확산으로 뛰어노는(?) 어른들이 늘면서 실내 체육시설들도 이에 맞춰 변신하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이나 스크린 야구장, 볼링장, 당구장 등이 운영의 초점을 이들 어른들에게 맞추면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최근 스크린 골프장이나 스크린 야구장에서 회식을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스크린 야구장의 경우 배트스윙과 투구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인데 한 켠에선 술과 간단한 안주들을 팔고 있다. 야구 이용료에 만족하지 않고 마진율이 높은 주류나 군것질 거리 등을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업체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밖에도 볼링장 등 술 파는 운동공간이 늘고 있다. 일명 ‘락볼링장’이라 불리는 이 업체들은 보통 볼링장과 다르게 레인마다 야광등이나 화려한 네온 불빛에 맞춰 짜릿한 락·힙합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레인 뒤 마련된 자리에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간단한 음주를 즐길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청주에서도 10여곳의 락볼링장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볼링장과 L볼링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락볼링장으로 변신했으며 일부 신규 설립된 볼링장들도 락볼링장으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락볼링장의 가격은 일반 볼링장보다 1.5배 정도 비싼 수준이지만 특별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20~30대와 간단한 저녁식사 후 즐거운 회식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원 김미옥(여·38)씨는 “평소에도 회식자리로 락볼링장을 자주 찾는다. 클럽과 비슷한 분위기에다 비용도 저렴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희수(30)씨도 “2차 회식장소로 제격이고 클럽 같은 분위기에서 볼링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친구들과도 자주 온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음주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부상위험 등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고 무거운 볼링공을 들다보면 팔이나 스텝이 꼬이면서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체육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주지역 한 볼링장 코치는 “볼링은 한쪽으로만 몸을 쓰는 운동이어서 음주 후 자칫 척추 불균형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락볼링장의 경우 연령에 따른 출입제한이 없다보니 청소년들이 음주나 흡연 등 탈선의 장소로 이용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포츠업으로 사업자를 내면 주류와 음식을 제공할 수 없으나 한 공간을 떼어 카페 등 음식점으로 신고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 등의 설명이다. 청주시 관계자도 “볼링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어 현재까지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볼링장은 보통 자유업으로 신고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의 출입이나 이용시간 제한이 전혀 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법상 호프집 등 주류 판매 업소는 청소년 출입 및 고용금지 업소에 해당하고 노래방이나 PC방 등은 이용시간을 밤 10시 이전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락볼링장은 최소한의 제한조차 없어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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