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 이동희(논설위원 / 강동대 교수)

  요즘 한창 벌초를 하느라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주말이면 삼삼오오(三三五五) 친인척들이 모여서 조상의 묘소를 벌초하느라 지방도로가 막힌다. 오래간만에 친인척들을 만나서 좋지만 도로는 막히고 자칫 잘못하면 예상치 못한 사고로 고생을 한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우리의 풍속도 많이 변화되어 벌초 대행사업이 요즘 한참 성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후손들이 간만에 모여 조상에게 문안 인사도 드리고 어우렁더우렁 어우러져 벌초도 하고 함께 밥도 먹고 서로 간의 안부도 물으며 반주도 한다. 그렇게 모여 일도 하고 흥도 즐기는 가운데 아주 독한 놈이 어디서 뛰쳐나와 사람을 공격한다. 바로 말벌이다. 잘못하여 말벌에 쏘이면 목숨이 위태롭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즐거운 날이 초상집으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은 벌초와 말벌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벌초(伐草)란 무엇인가? 벌초란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이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전국에서 행하여지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고향 근처 혹은 외지로 나간 후손들이 찾아와 조상의 묘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제거하고 묘 주위를 께끗이 정리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금초(禁草)라고도 한다. 백중이 지나고 처서가 되면 풀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오랫동안 산소가 깨끗이 보전된다. 그래서 추석(秋夕) 성묘(省墓)를 위하여 반드시 추석 전에 벌초를 끝내야 한다. 경기도에서는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라고 하여 추석 전에 벌초를 미리 해 놓았다. 제주도에선 “추석 전에 소분을 안 하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기 위해 추석 전에 반드시 벌초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죽은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예우하며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을 효행이자 후손들의 책무라 여겼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추석 성묘 전 벌초를 중요하게 여기고 추석 한 달 전부터 도로가 성묘하는 차로 붐비는 현상을 자주 본다. 그리고 벌초할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행업체를 이용하여 벌초를 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예초기의 보급과 함께 벌초대행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여, 요즘은 매우 편리하게 벌초를 한다. 벌초 대행업이 성행하는 것을 보아도 한국사회에서는 벌초를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세시 풍속이 계속 전승되고 있다.
  벌초 시 중요한 것은 안전한 예초기의 사용과 말벌의 공격이다. 잠깐의 방심으로 다양한 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말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인 8월말에서 9월까지 벌초 성묘 등산 등의 야외활동 시 말벌 공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말벌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기위해서는 벌을 자극할 수 있는 진한 향수와 화장품 등의 사용자제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말벌이 검은색에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검은색 옷을 입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벌초를 시작하기 전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흙을 뿌리거나 긴 막대 등을 이용해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벌집을 발견하면 무리하게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벌에 쏘인 경우에는 깨끗한 물로 환부를 씻고 얼음주머니 등으로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벌침은 억지로 제거하려고 상처부위를 자극하면 염증을 유발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며 제거 시에는 카드를 이용하여 벌침을  밀어내는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만약 말벌에 쏘인 후 홍조 가려움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119에 곧바로 신고하여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에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특히 중증 과민성 쇼크는 상기도 부종으로 인해 기도가 폐쇄되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벌의 공격에 대한 최선의 예방은 야외활동 자제와 어두운 색 계통 옷 입지 않고 생활 주변의 벌집을 미리 피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여 최고의 황금연휴(黃金連休)를 만들려면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한 만남과 안전한 성묘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전예방이다. 특히 올 추석은 황금연휴로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9월 30일 부터 10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로 이어진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추석을 생각하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스트레스도 엄청 많이 받는다. 특히 집안 어르신과 친인척들의 폭풍질문으로 결혼, 취업, 다이어트, 미모 등과 용돈 선물 등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불어 너무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움으로 과음과 과식이 즐거운 명절을 망치지 말았으면 한다. 맛있는 오곡백과와 반가운 얼굴이 함께 어우러진 최고의 한가위를 행복하고 추억 가득한 추석 황금연휴로 만들어 우리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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