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환 <심훈상록수기념사업회장>

김형환심훈상록수기념사업회장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오며는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 그 날이 와서 오호 그 날이 와서 /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심훈 시 ‘그날이 오면’) ”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어도 늘 그립던 심훈의 시다. 그가 그렇게 기다리던 ‘그 날’이 왔지만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지도 못하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기도 전에 6.25로 조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또 다시 우리는 ‘새로운 그 날’인 남북통일의 날을 기다려야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 처음 상록수 육필원고가 미국에 살고 있는 심훈의 3남이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반가운 마음에 육필원고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

당진은 이러한 상록수정신 문화가 태동한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와 상록수 소설 속에 담은 야학당 상록학원이 있는 상록수 본향으로 세계 속에 표출할 수 있는 문화 창출물이 현존하고 있는 것을 잘 보전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훈 탄생 116주년을 맞아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에서 작은 상록수가 또 하나 태동하는 ‘나나나 상록수 운동’을 소개하고 싶다.

상록수가 갖고 있는 정신을 발전 시켜 나라의 크고 작은 모든 현장에 의식개혁과 국민화합과 통일문화를 심고자 한다.

의식개혁에 ‘나’ 부터 바르게 사는 인간 상록수 되고, 국민화합에 ‘나’부터 더불어 사는 이웃 상록수 되고, 남북통일에 ‘나’ 먼저 평화로 사는 나라 상록수가 되자!

심훈은 35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민족을 향한 뜨거운 혼불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때에 수많은 애국청년들과 애국지사들의 애국혼을 일깨웠다. 이렇게 소리 높여 외치며 민족의 삶과 꿈을 시, 영화, 연극, 소설, 독립운동가로 민족의 혼불을 뿜었던 민족예술가 심훈의 삶을 꿈에서도 잊을 수 없어 오늘도 간절히 그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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