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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MOU 유감<김영이>
동양칼럼-MOU 유감<김영이>
  • 김영이 편집상무
  • 승인 2017.10.10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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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추석 연휴 전, 때 아닌 MOU 논란이 일었다. 충북대학교 윤여표 총장이 충북대병원과 충주시가 체결한 MOU를 갖고 ‘형식적’이라고 깔아 뭉갠 것이 발단이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큰 파문을 가져왔다. 일단 국립대 총장이 MOU 자체를 부정하고, 그것도 남이 아닌 한 울타리에서 대학의 한 축을 지탱하는 대학병원의 일에 대해 평가절하 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약사 출신 대학 총장과 의사 출신 병원장간 보이지 않는 갈등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어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속내가 자치단체장을 꿈꾸는 한 정치인이 문자메시지를 공개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들의 경솔한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MOU 사태는 정치인이 됐든, 단체장이 됐든,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가를 새삼 일깨워 줬다.

MOU. 풀네임은 memorandom of understanding으로 양해각서로 통한다. 계약서와는 달리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자칫 유야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양해내용을 파기할 경우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MOU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흔해진 건 분명하다. 지자체 살림을 기업유치를 통해 키우려는 단체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MOU 체결 소식은 거의 일상일 정도다. 특히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사진용 MOU’가 수없이 남발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MOU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또 ‘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아마 이같은 이유 때문에 윤 총장이 충북대병원과 충주시가 체결한 MOU를 ‘형식적’이라고 가볍게 평가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해명대로 당시 개교 66주년 기념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별 뜻 없이 급하게 답장을 하느라 어휘선택에 신중치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문자메시지 행간에선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설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읽혀진다. 제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인수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둘의 관계가 어제오늘 이어진 게 아니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전 이미 충북대병원 분원을 놓고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병원분원 건으로 잠시 통화를 원하는 그에게 윤 총장은 통화 대신 문제가 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 데서 알 수 있다.

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천에 충북대병원 분원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장씨로서는 윤 총장의 ‘형식적’이라는 말에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판단했을 거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MOU 체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류상의 요식 행위란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충북대병원 분원이 충주로 확정됐거나 설립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주장한 것이 말해준다. 어찌 보면 윤 총장이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설립을 막고 제천에 끌어 들이려는 장 씨의 정치적 노림수에 말려 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말한 ‘형식적’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변명해도 온당치가 않다. 2014년부터 대학 총장직을 수행중인 그도 셀 수 없을 정도의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셀트리온제약과 MOU를 체결해 전문인력양성을 약속했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는 아이디어 팩토리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말레이시아 노팅엄대를 찾아 교환학생 등 상호교류를 위한 MOU를,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9개 국가의 재유럽 한인과학기술자협회와 MOU를 체결했다. 이 MOU는 최근 유럽의 기술 및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과학기술 관련 동향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윤 총장 말대로 충북대병원과 충주시간 MOU가 형식적이라면 그 자신이 체결한 MOU들도 모두 형식적이라는 얘기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충북대병원은 충북 중·북부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이 지역에 분원설립을 모색해 왔다. 이런 와중에 충주에서 인터넷 수리기사가 흉기에 찔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다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원 설립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서로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충주시와 충북대병원은 서충주산단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짓기로 지난달 15일 MOU를 체결, 연내 타당성 연구용역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 총장은 진의가 와전됐고 대학병원은 독립법인으로 충북대와 무관하다면서 MOU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그가 구설에 오른 것은 괜한 ‘오비이락(烏飛梨落)’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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