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10년새 인구 26만 첨단도시 탈바꿈
수도권 반발·수정안 고비 넘고 ‘급성장’…행정기관 이주·건물 특화 착착
내년 6.13 지방선거 행정수도 방점…미이전 정부부처·국회분원 설치

▲ 세종시는 '신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건설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국토균형발전'의 상징도시로 발돋움 했다. 새정부 들어서는 '행정수도 완성'의 꿈을 키우며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늘에서 본 세종시 전경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착공 10주년과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세종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 그 자체였다.

2007년 당시 논·밭과 구릉지뿐이었던 허허벌판에 정부청사 등 공공청사가 들어섰고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세워졌다. ‘신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 건설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국토균형발전’의 상징도시로 발돋움했다.

더욱이 새 정부 들어서는 ‘행정수도 완성’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동양일보는 창사 26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변화상과 미래상 등을 살펴봤다.

●특별자치시의 길 ‘멀고 험 난’

세종시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첫 출발을 알렸다. 2004년 8월 11일 연기군과 공주시 지역 일대가 신행정수도 입지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결정으로 청와대와 중앙행정기관 등이 이전하는 행정수도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반쪽짜리 도시로 축소됐다.

행복도시 사업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를 둔다.

12부 4처 2청 49개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은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을 토대로 정부는 2006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출범시킨데 이어 7월에는 ‘분산형·자연친화·인간중심 대중교통체계’등을 골자로 하는 건설 기본계획을, 11월에는 개발계획을 잇달아 확정했다.

같은 해 12월 행정도시 명칭을 현재의 세종시로 결정했고, 2007년 7월 20일 대망의 첫 삽을 떴다. 10년의 시작이었다.

정부 주도로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추진하던 행복도시 건설사업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교육과학중심 기업도시로 도시 성격을 바꾸는 수정안 발표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삼보일배(三步一拜)나 거리서명에 더해 삭발과 단식 투쟁 등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충청 출신이라며 기대를 모았던 정운찬 총리에게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팽팽한 대립을 거쳤던 이 수정안은 2010년 6월 29일 최종 부결되면서 원안대로 재추진됐다.

수돗물 통수식, 첫 마을 아파트 주민 입주, 진입도로 개통, 대전 연결도로 확장 등 이후 일정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됐다.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정부 직할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했다. 광역과 기초를 포함한 단층제 광역자치단체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녔다.

전체 464.90㎢ 면적의 세종시는 연기군 전체와 공주시(장기면), 충북 청원군(부강면) 일부를 흡수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도 계획에 맞춰 진행했다. 2012년 국무총리 비서실과 국무조정실, 조세심판원을 시작으로 세종청사 완공에 맞춰 2014년까지 36개 부처·기관이 차례로 이사했다.

2016년에는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도 옮겨와 총 40개 행정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 입주 공무원 수는 1만4699명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15개 정부출연기관 3545명 연구원도 세종시에 정착했다.

국립세종도서관, 대통령기록관, 세종컨벤션센터 등도 차례로 자리했다.

2030년까지 총 20만가구가 계획된 공동주택은 2010년 첫마을 1500여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매년 1만가구 이상 공급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출범 당시 10만여명이던 인구가 26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세종시는 대한민국 중심도시로 꾸준히 성장했다”며 “10년이란 세월은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민의 바람과 국민의 염원이 서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해 2030년까지 22조5000억원을 투입해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논.밭 뿐이던 허허벌판 세종시.
2015년 2월 24일 당시 여.야가 12부 4처 2청의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을 합의했다.

 

●공무원 불법전매 부작용

새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공약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도담동 한림풀에버 아파트 전용면적 148㎡(펜트하우스) 27층 아파트가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12억원에 거래됐다. 2012년 11월 당시 분양가격은 7억6000만원이었다. 4년 6개월 사이 57.9%(4억4000만원)나 뛴 것이다.

10년 전 행복도시 건설사업이 첫 삽을 떴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열풍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에 이어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지역 청약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세종시에서 2010년 처음 공급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는 3.3㎡ 당 606만~793만원 선의 낮은 분양가에도 계약률이 80%에 그쳤다. 이듬해 분양된 첫마을 2단계 아파트도 미분양을 기록해 잔여 세대에 대한 추가 계약이 이뤄졌다.

2012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되고 첫마을 1단계 아파트 입주가 속속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세종시 청약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일 ‘미분양 제로’를 기록하며 흥행 신화를 써내려 갔지만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국가 시책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을 위해 전체 공급량의 절반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종시에 거주한 지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을 주는 ‘거주자 우선제도’ 때문에 외지인이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 1등’ 만큼이나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4년 국정감사를 통해 일부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을 통해 받은 아파트 분양권을 비싼 값에 되팔아 웃돈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거주자 우선제도를 이용해 이중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했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공무원과 부동산 중개인 등 210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당첨된 직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떴다방’ 업자에 특별분양권을 넘기거나 분양권, 청약통장 등을 알선업자에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복도시건설청은 ‘공무원 특혜분양’이 논란을 빚자 지난해 7월부터 거주자 우선 분양 물량을 줄이고 거주기간 기준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이어 정부의 ‘11.3 대책’에 의해 세종시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되고 전매제한 기간도 늘어났다.

지난 7월부터 청약조정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대출규제 조치를 골자로 하는 ‘6.19 대책’ 시행에 들어갔다.

세종시청사 전경
2012년 12월 27일 정부세종청사 개청식을 하고 있다.
2011년 4월 14일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준비단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적기

세종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행정수도 완성의 첫발을 떼기 위해 고삐를 바짝죄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데다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국가적 목표를 현실화할 적기로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육성하겠다”고 강조, 행복도시 착공 10년·세종시 출범 5년을 맞은 올해를 숙원 해결의 전기로 삼을 계획이다.

세종시와 시민단체는 개헌안에 ‘세종시=행정수도’ 도식을 그려 넣고자 전방위 활동을 펼치는 한편 각종 규제를 하나하나 손질할 수 있도록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65% 이상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국회 분원 설치·미이전 부처 이전 등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행정수도 완성론은 더 힘을 얻는다.

전체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행복도시 개발사업 중 행정기관 이전과 기반시설 투자를 골자로 한 1단계 개발은 2015년 완료됐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2단계 개발 계획의 핵심은 자족기능 확보를 통한 도시 성숙이다. 명실상부한 자족도시가 행정수도의 굄돌이 된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진행하는 3단계 완성 과정을 거쳐 인구 80만명(읍·면 30만명 포함)의 명품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2단계 사업 비중이 커진 만큼 핵심적인 키워드 두 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맞는 기능 완수와 도농복합도시 성공 기반 마련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스스로 이 두 가지 과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시책을 구상 중이다.

세종시가 행복도시를 넘어 행정수도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인 행정안전부 세종시 이전이 확정됐다.

국회는 지난 9월 28일 본회를 열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행안부를 세종시 이전제외대상 기관 조항에서 삭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행안부 세종시 이전이 확정됨에 따라 법률 개정 필요 없이 정부고시만으로 이전이 이뤄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전 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인 세종시 국회분원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심사와 내년 지방선거 때 추진 중인 행정수도 개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달 14일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갖고 충청권이 대한민국의 신중심으로서 충청권의 공동발전과 상호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공동 합의문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헌법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기로 했고,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국가기관이 조기 이전되도록 공동 노력키로 했다.

이 시장은 “내년 개헌시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될 수 있도록 충청권 시·도지사와 충청인들의 하나로 뭉쳐 ‘세종시=행정수도’가 완성되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