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창사 26주년에 부쳐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

사람살이에서 참 아름다운 나이 스물 여섯. 그 나이를 아름답다 이르는 까닭은 사람살이 스물 여섯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청년의 결기가 있고, 뜨거운 그 가슴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지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1991년 10월 ‘이 땅의 푸른 깃발’을 제작정신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해 한결같이 뛰어온 동양일보가 이제 창사 26주년을 맞았습니다. 신문살이 스물 여섯 해를 맞는 이 가을, 세상이 참 아름답습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는 강직함으로, 때론 ‘세상의 어둠’ 속에서 아파하는 이들을 보듬는 유연함으로 모든 정열을 바쳐 씨줄과 날줄의 촘촘한 시간들을 지면에 담아내려 애썼던 지난 26년을 반추하며 우리는 오늘 또 다시 신발끈을 죄어 맵니다.

한국 신문사상 처음으로 CTS풀페이지네이션(전 공정 전산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글 가로쓰기를 선도한 동양일보는 ABC(한국 신문잡지 발행부수 공개공사)가 공식 인증한 최대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스물 여섯 해 세월의 연륜이 쌓일수록 녹록지 않았던 지난 날의 기억들 속에는 기쁨과 환희도 있었고, 고통과 탄식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미래를 지향하는 유의미한 자양분으로 남습니다.

동양일보는 충청권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양질의 삶을 위한 문화의식 고양에 힘써 왔습니다.

충북 도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물박사 선발대회’와 ‘우리말 글 겨루기대회’,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건네는 ‘사랑의 점심나누기’, 지역 문화와 예술을 고양시키기 위해 매년 벌이고 있는 ‘지용신인문학상’과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무영문학상’, 한 해 충북지역의 명예를 빛낸 인물을 선정해 송년모임에서 수상하는 동양일보 선정 ‘올해의 인물’ 등 동양일보는 언제나 충청권 주민들과 함께 하는 신문으로 스물 여섯해를 살아왔습니다.

결코 에돌아 오지 않았습니다. 좌고우면 하지도 않았습니다.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그 상처를 직필정론의 길이라 여기며 온몸으로 부둥켜안고 달려왔습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그래서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양일보는 단 한 번도 타협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의기로운 사람에겐 뜨거운 가슴이 있음을, 이 시대를 지키는 최후의 자존심 앞에선 어떤 고난과 비바람도 앞을 막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한 치 양보 하지 않는 동양일보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초심을 기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권세와 권력에 굴종하지 않는 의기로운 신문으로, 구태와 타성을 결연히 떨쳐 버리고 언론에 부여된 책무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신문으로 연연세세 남길 바라는, 26년 전 창사 때의 마음을 언제나 간직했습니다.

미답의 길은 늘 어렵습니다. 그 노정의 어디엔가 도사리고 있을 거대한 함정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양일보는 어렵고 위험스런 그 길을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선구적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즐겨 맡을 것입니다. 그런 당당함 뒤엔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성원이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가시밭길 헤쳐 온 우리들의 행보엔 희망과 용기와 자긍과 신념이 장마 끝 빛나는 햇살처럼 눈부실 것입니다.

일신우일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기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기를 희원하며 동양일보는 다시금 등을 밝히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동양일보 회장 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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