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진정·청원 등 74건
대전지법 4건·청주지법 3건·대전가정법원 1건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2012년 대전지법에서 민사소송 중이던 A씨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상대방과 합의하라는 재판장의 권유를 거절하자 “칠십이 넘어 소송한 사람은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던 것. A씨는 담당 판사가 막말을 했다며 법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정 막말이나 고압적 태도 등 자질을 의심케 하는 판사들의 막말 사건이 매년 이어지고 있으나 막상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윤리감사관실에 접수된 막말 판사에 대한 진정이나 청원은 7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2건, 2013년 18건, 2014년 8건, 2015년 18건, 2016년 8건, 올해 들어 5월까지 10건이었다.

법원별로는 수원지법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중앙지법 8건, 인천지법 7건, 의정부지법 6건, 서울가정법원, 서울동부·남부·부산·전주지법 4건 등의 순이었다.

충청권 법원에서도 이 같은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진정·청원 제기된 것이 대전지법 4건, 청주지법 3건, 대전가정법원 1건으로 집계됐다.

진정·청원이 제기된 74건 중 “여자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다”, “형편이 어려운데 왜 재판을 하느냐” 등 고압적 태도로 호통을 치거나 모욕적 언행을 한 것이 47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소송·취하·조정을 강요하거나 재판결과를 예단하는 식의 말로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 경우는 8건, 나머지 19건은 이들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이 같은 진정 중 실제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진정서에 판사의 구체적인 발언이 있는 경우에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징계를 외면했다.

이 1건의 징계는 2012년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장이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한 것과 관련,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해달라는 진정에 따른 것이다. 해당 재판장은 2013년 1월 법관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 올해 청주지법의 한 판사가 가사 사건 당사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 옆 사람과 얘기하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진정 대상이 돼 주의 촉구를 받았다.

법관의 재판진행이나 재판결과에 대한 불만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435건이던 재판관련 불만은 2015년 1230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법원 안팎에선 막말 판사에 대한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 마음에 대못을 박는 법관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한 외부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법관 인사에 반영해 막말 판사가 퇴출될 수 있는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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