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중부대 교수)

(최태호 중부대 교수) 아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우블리’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무슨 뜻인지 잘 몰랐으나 금방 ‘우(아마도 출연자의 성인 듯하다) + 러블리(lovely) =우블리’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조어를 지나치게 만들어 언어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글날에만 잠시 한글 사랑 운운하고 곧 잊어버리는 세태가 새삼 안타깝다. 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 흘러간 것 몇 가지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십장생 : “십대(부터)도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의 줄임말.

방따 :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방에서 쫓겨나다'란 뜻.

볼매 : ‘볼수록 매력있다’는 뜻.

안쓰 : ‘안구에 쓰나미치다.’ 안습보다 더 눈물이 밀려올 때 쓰는 말.

려차 : 욕설.(fuck 을 한글로 친 것).

망치까다 : 어떠한 사물을 훔치거나, 음식을 먹고 돈을 안 냈을 때 쓰는 말.

캐관광 : 무슨 일을 매우 못해 창피를 당했다는 뜻.

IBM : 이미(I) 버린(B) 몸(M) 의 약자

착한가격 : 서민적이고 저렴한 가격. 또는 적당히 싼가격.

갈비 : 갈수록 비호감.

닭질 : 불필요한 일 또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 닭처럼 그냥 왔다갔다 하는 행위(질)의 줄임말.

디비 :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만든 언어로, 담배를 가리키는 말.

독자들은 이 중에서 몇 개나 알아들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대학생들과 매일 대화를 나누는 필자도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세대차이라고 하기에는 언어 행태가 지나치게 축약됐거나 욕설로 가득 차 있다.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1500 단어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고급 어휘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게임용어나 폭력적인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동시(童詩) 100개를 암기하고, 중등학교를 졸업할 때 300 개 이상의 서정시를 암송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어휘가 조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 100개의 시를 암기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기의 언어를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말을 지나치게 폄하(낮게 생각함)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생활 중 외국어(외래어 포함)를 사용하는 빈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학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언어 사용에 영어를 많이 활용하고 있음을 본다. “좀더 디테일(detail)하게 설명해 본다면, 마담 타이어 빵꾸났어요.”와 같은 것이다. 학생들은 이렇게 이야기해도 다 알아 듣는다. 한국어보다는 영어, 불어, 일어 등을 가감 없이 사용한다. 박사 쯤 되면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활용해야 유식해 보이나 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본다.

한국인은 언어에 특별한 재주가 있다. 외국에 가서 2년만 생활하면 그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할 줄 안다. 위에 말한 T.V 프로그램 중 여자 주인공(추자현)은 중국어를 중국인만큼 잘 한다. 중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창하게 발음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중국인이 그녀만큼 한국에 살았다고 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필자의 중국인 박사 제자는 한국생활 5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발음 때문에 필자에게 핀잔을 듣는다.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리는 것이 우리민족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다.

인터넷에서 바람직한 한국어 사용하기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積弊’(적폐: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 같은 단어보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