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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에세이-한 NGO 지원자의 사연최성호 <월드비전 충북본부장>
최성호 <월드비전 충북본부장>

2015년 월드비전의 인재채용 공고 직후 어느 날, 입사를 희망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떤 일도 좋으니 월드비전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며, 심지어 ‘월드비전의 앞마당을 청소하는 일도 괜찮다’라는 간절한 말도 곁들였다. 이후 며칠이 지나 그 지원자의 지원 서류가 도착해 유심히 살펴봤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타인을 돕는 일이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인지, 그 일을 과연 변치 않고 감당할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 1년 여 정도의 시간을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공에서부터 북서쪽 끝자락의 에티오피아까지 종단하는 긴 여행에 나섰다. 무엇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이 고민해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성과는 기대이상이었단다. 남아공에서는 빈민촌에 벽화를 그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현지인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고, 독재정치와 극심한 인플레로 경제가 붕괴된 짐바브웨에서는 직접 현지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경험하며 취재해 보기도 하고, 잠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각종 NGO들의 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사업진행과정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는 등 6개월의 시간은 그렇게 보람되고 바쁘게 지나갔다. 이후 잠시 한국으로 들어와 같은 꿈을 가진 단짝친구와 이후 일정을 함께 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그렇게 죽마고우와 함께 다시 한국을 떠나 탄자니아를 거쳐 다음 행선지인 우간다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그는 꽤나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선 어떤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기면서 살아갈 지 꿈에 부풀어 있을 때쯤, 평생에 지워지지 않을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고르지 못한 비포장도로에서 버스가 전복되는 큰 사고였다. 뜨거운 태양아래 달궈진 아프리카 초원 위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진 버스 아래 깔려 밤새도록 기약 없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다.

함께 탑승한 탄자니아인 12명과 단짝친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그는 기적처럼 살아남아 그 처참한 현장을 목격해야 했다. 이대로 죽음을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겨진 버스철판을 두드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기적과 같이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

그를 극적으로 구조한 사람들은 월드비전 조끼를 입은 월드비전 탄자니아 구호직원들이었다. 그 이후 상처가 아물 때 즈음 친구와 함께 끝내지 못한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명분으로 두 번째 아프리카 방문을 떠나게 된다. 사고의 트라우마로 너무도 힘든 결정이었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다짐으로 짐을 챙겼다. 그곳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많았고 절박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교롭게도 도움을 준 사람들은 월드비전 직원들이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망설임 없이 월드비전에 전화를 하여 입사할 방법을 찾게 됐고, 그 전화를 내가 받은 것이다. 그는 지금 월드비전 대면마케팅 부서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이 잊을 수 없는 이야기는 월드비전 직원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그리고 월드비전에 속해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 지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월드비전충북본부에서도 동양일보와 함께 20여 년이 넘도록 충북도민들의 이름으로 에티오피아 지원사업과 도내 위기가정지원사업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사업의 전개는 국내는 물론 월드비전 전 세계 국가 캠페인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귀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 같은 귀한 사업이 20여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사업의 투명성, 전문성, 효과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위의 월드비전 직원 사례처럼 위기에서 사람을 구해내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때, 세상의 모든 어린이와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최성호  dynews@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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