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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이현수>
동양칼럼-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이현수>
  • 이현수
  • 승인 2017.10.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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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한국폴리텍대 청주캐퍼스 학장)

(이현수 한국폴리텍대 청주캐퍼스 학장)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시대를 우린 속절없이 살아내고 있다. 능력주의 시스템이라 불리는 배타적 프레임 안에서 한껏 자신을 부풀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주장하는 교육이 현대인의 교양이며 시대의 인문학이라고도 애써 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애써 광고하라고 권한다. 그것이 열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더욱 눈치 있게 약삭빠른 처신을 하라고 독려하는 이 천박한 문화는 자기중심주의를 사회 안에 극대화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끊임없는 긍정적 강화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영혼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데 필요한 도덕적 능력은 스멀스멀 위축시켜 버린다. 인간은 누구나 결함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뒷전이다. 인간의 삶이란 결함 있는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다. 겸손과 절제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외적 성공이 아니라 내적 성숙에 두라고 가르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이다. 인성과 연대심보다 스펙을 우선시하는 취업 풍토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채워지지 않을 한국 사회의 불경스러운 민낯이다.

낯선 타자와 대면할 기회가 줄고 비슷한 것들이 표준이 되는 사회, 오직 자신에게 익숙하게 길들여진 것만 상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 사회의 모습은 참으로 비루하다. 역사적인 산업화, 혁명적인 민주화는 이루어냈지만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오늘, 지금 우리는 연대와 균열의 경계에 서 있다. 구닥다리 근거라고 힐책해도 사실 호모 사피엔스 이전 원시 인류는 문자와 언어가 발명되기 이전에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협업적 인간이었다. 나를 넘어 공동체를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인간이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무리 속에서 성찰하는 존재였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인간의 궁극적인 조건은 본디 타고난 ‘이타심’이었다. ‘이타심’이 실종된 시대를 살며 우리는 어느새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어찌 삶이 모질고 퍽퍽하지 않겠는가.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이타심이 사람의 꼴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지표는 각자도생이 아닌 이타심이다. 우아함이다.

보잘 것 없는 필부로 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례함에 대한 해독제로 인간의 우아함을 다시 생각한다. 우아함의 결여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상의 반듯함이 절실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친 침묵 속에 스마트폰만 응시하고 사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인간으로서의 우아함은 낯선 이들에게 말 걸기와 귀 기울여 주는 태도이다. 주변의 어른들이 우아하면 청년들은 이를 주시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도처에서 벌어지는 몹쓸 풍경들은 어른으로서의 우아함과 향기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긴 호흡 강한 발걸음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쉬이 버리지 않고, 너무 아프게 사람을 흔들지 않고, 한 사람에 대한 열정을 서늘한 미움으로 바꾸지 않고, 그렇게 조금은 시간을 두고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서는 공동체의 태도이다. 너무 똑같아서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일상을 한 번쯤 멈추게 하는 자극, 그래서 그 자극이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정서적 환기가 나로부터의 성찰이다. 인간에 대한 공포를 현실에 대한 정신의 후퇴라고 말한 한나 아렌트는 공동체의 퇴보를 염려했을 것이다. 그녀는 공동체의 퇴보가 ‘생각 없음’의 결과라고 말하며 “우리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고 역설한다. 그녀가 사유하는 목표는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렇다. 난해하지만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존재일 때만이 사람 냄새는 형상화된다.

어눌해도 희망은 현실의 초월이다. 시대에 대한 거대한 절망은 오히려 담대한 용기를 준다. 이념으로 포획된 이분법적 한국 사회의 현실을 너무 무섭게 재현하는 것도 도망가는 것이고 거꾸로 현실을 너무 아름답게 그리는 것 역시도 도피된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이기적 개인기보다 저마다의 이타적 능력들이 발현되는 사회, 허약한 속살로 데면데면해가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뛰어넘는 우리의 내공이며 지혜이다. 각자의 비애를 안고 실존이 거칠지 않도록 용기 내어 아픈 타인에게 말을 걸어보자. 켜켜이 쌓여가는 각자도생이 시대의 관습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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