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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한글 사랑과 공공기관의 역할<박종호>
풍향계-한글 사랑과 공공기관의 역할<박종호>
  • 박종호
  • 승인 2017.10.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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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올해는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여 반포(1446년)한지 571주년이 되는 해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의 한글은 한국 고유의 문자로 자음 17자, 모음 11자를 음절단위로 모아쓰게 한 표음문자이다. 특허청의 설문조사 결과 역대 발명품 중 거북선(2위), 금속활자(3위) 등을 제치고 단연 1위의 자리를 확보하였다. 한국인들로 하여금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한글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한 소설 ?대지?의 저자인 펄 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간결하고 훌륭한 글자로 세종대왕은 한국의 레오나르드 다빈치”라고 말했고, 독일의 함부르크대 베르너 사세 교수는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라 극찬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의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는 “한글은 앎의 혁명을 낳은 문자”라고 평가하였고,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미국 시카고대 메콜리 교수는 “한글날은 세계인의 축제일”이라고 표현하였단다. 이렇듯 한글은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한글날 571돌을 맞아 언론들이 보도한 한글 사용의 현주소는 그리 밝지 못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글 홀대 및 경시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을 앞장서서 애용하여야할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국내외 언론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보도 자료에 대한민국의 국어인 한글보다 외래어를 애용하고 있고 누구보다 옳고 바르게 성장하여야 할 청소년들이 비속어나 욕설 등을 마구 사용, 한글가치 저하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4~6월 낸 정부부처 보도자료 2728개를 분석한 결과, 보도자료 1건당 평균 3.1회나 국어기본법의 규정을 위반했고 외국어 남용 사례도 보도자료 1건당 7.1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조사결과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대(對) 등으로 표기하지 않고 ‘AI’, ‘ICT’, ‘對’ 등과 같이 로마자나 한자를 괄호 안에 넣지 않고 그냥 쓴 위반 사례가 8331건이나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글로 써도 의사전달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데도 외국어를 남용한 사례도 1만 9312건이나 된단다. 그런가하면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비속어나 욕설을 마구 사용하고 있단다. 2015년 7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32.2%가 욕설이나(매일 욕설을 사용한다는 응답도 73.4%) 비속어 등을 사용함으로써 한국어의 품격을 떨어뜨림은 물론 언어파괴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자를 제대로 익히고 사용하도록 가르쳐야 할 교육기관이나 국민 및 사회구성원들을 바른 길로 계도하여야 할 방송 매체에서 반 국어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이를 용인 및 방관하는, 더 나아가 언어의 구조나 받침 및 띄어쓰기 등을 그릇되게 표현하거나 게시 및 비치하는 행위가 아무런 교정 장치 없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지나가다보면 이러한 사례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국어를 가장 바르게 사용하여야 할 학교나 언어문화에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방송 드라마에서 이미 와서 자리한 사람을 보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으로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막 들어오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말인 “어서 오십시오”라 한다거나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요”라고 묻는 등의 국어 파괴적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정신과 의식 등의 토양을 척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아니 될 현상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현상들은 서둘러 교정되어야 한다. 누구보다 교육의 총사령탑인 교육부는 책임지고 ‘한글 제대로 사용하기’ 교육에 나서야 한다.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 학교를 비롯하여 모든 기관에 배포하고 공문 작성시에 필수적으로 활용토록 하고 일상생활에도 그대로 적용하게 하여야 한다. 방송국은 ‘말(용어)의 사용’을 본업으로 하는 공공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언어나 대화 등에서 개념에 맞지 않은 것이 표현될 경우는 지체 없이 바로 잡아 주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한글사용에 나서야 한다. 자기나라의 고유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품격을 갖춘 국가라 할 수 없고 자격을 구비한 국민이라 할 수 없다. 한글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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