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충주를 주 무대로 한 98회 전국체육대회가 이틀 후면 충북일원에서 개막된다. ‘생명중심 충북에서 세계중심 한국으로’를 구호로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1주일간 충주종합운동장 등 충북도내 11개 시·군 전역 70개 경기장에서 각 시·도를 대표한 선수들이 고장의 명예를 걸고 47개 종목(정식 46, 시범1)에서 기량을 겨룬다.

충북은 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보다 먼저 치른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첫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 개최지인 충주시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중원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목표 아래 문화행사를 다채롭게 펼칠 중원문화대제전을 마련한다. 이의 일환으로 향토예술문화제인 47회 우륵문화제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려 각종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선보인다.

충북에서 세 번째, 충주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에 대한 도민들과 충주시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개회식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점이 말해준다.

한 시민이 “충주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을 놓치면 또 언제 볼지 몰라 부모님과 함께 꼭 보고 싶지만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데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국체전은 1920년 7월13일 조선체육회가 창설된 후 11월에 열린 전조선야구대회가 시초다. 1925년 종합경기대회가 개최됐으나 이는 일본인에 의해 열려 진정한 한민족 체육대회로 볼 수 없고 대신 1934년 조선체육회 창립 15주년 기념 전조선종합경기대회를 명실공히 전국체전 원조로 본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31회 대회는 중지됐고 1955년 36회 대회때 성화가 등장했다. 1972년 53회 때 초·중학교를 분리시켜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별도로 개최하게 됐다.

전국체전은 매년 지역을 돌며 치러오고 있으며 내년 99회는 전북에서, 2019년 서울에서는 대망의 100회 대회를 치르도록 돼 있다.

충북은 그동안 두번 전국체전을 치렀다. 1990년 71회와 2004년 85회 체전이 그것이다. 특히 처음 치른 71회 체전은 화제 만발했다. 충북의 인심을 전국에서 온 선수단에게 맘껏 퍼 준 대회로 기억된다.

한 예로 체전 취재차 서울과 각 지역에서 온 취재진들 숙소에는 속옷과 양치도구를 깜짝 선물로 제공했다. 당시에는 전국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중앙언론사들도 회사마다 5~7명의 취재진을 특파하고 각 지역 언론사들도 고장 팀의 선전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취재팀을 별도로 꾸려 파견했을 정도다.

각 시·도에서도 체전을 유치하면 국비지원을 받아 도로 확·포장, 경기장시설 신·증설을 할 수 있어 너도나도 체전을 유치하려 했다. 전국체전 한번 치르면 10년은 앞당긴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니 범도민적으로 체전을 준비하고 손님 맞을 채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체전성금을 들고 훈련장이나 경기단체 등을 찾는 발걸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런 전국체전이 언제부터인가 남의 동네잔치, 선수들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0년대 중반 치러진 한 전국체전에 간 적이 있다. 분산개최 탓인지는 몰라도 경기장 근처에 가지 않으면 ‘이곳이 체전 유치 도시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체전냄새가 나지 않았다. 경기장 안내판은 교통신호등 위에 달려 있는 게 고작이고 시민들도 도통 체전엔 무관심해 보였다.

전국체전은 수많은 스포츠 스타를 배출하며 한국 스포츠를 아시아와 세계정상으로 끌어 올린 산실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승리할 때 마다 국민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체력이 국력’임을 실감했다.

전국체전이 관심 밖으로 밀려난 데는 프로경기 활성화와 우리 안방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수준높은 외국 스포츠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고교야구 관중석이 썰렁해진 것처럼. 여기에 국비지원이 크게 줄어드는 등 정부의 관심이 꺾인 것도 한 몫 했다. 전국체전은 경기력 향상 외에도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순기능을 한다. 국민 사기를 드높이고 이를 국가 경쟁력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전국체전만큼 좋은 게 없다. 프로경기에 밀리고, 개인주의에 찌들었어도 찢겨진 사회분위기 일신을 위해선 전국체전 옛 영광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체전 참석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단순한 참석이 아니라 전국체전 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치러지는 민족의 대화합 잔치, 그런 전국체전을 다시 보기를 소망하는 게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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