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24 18:20 (월)
동양칼럼-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사랑<정민영>
동양칼럼-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사랑<정민영>
  • 정민영
  • 승인 2017.10.18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민영(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정민영 서원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한글은 인류가 고안해 낸 문자 중에서 문자발달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음소문자(音素文字)다. 음소문자란 자음과 모음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문자이므로 자모문자(字母文字)라고도 한다. 문자론적으로 볼 때 우리 한글과 같은 음소문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문자다. 게다가 창제자가 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을 비롯하여 그 창제의 목적과 방법과 시기가 분명하고 뛰어난 과학성과 독창성을 가진 문자로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자랑스럽고 훌륭한 문자를 국자(國字)로 사용하는 우리 민족은 가히 긍지를 가질 만하다. 우리는 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길이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글을 대하는 우리는 어떠한가. 평상시에도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살면서 한글날마저도 그저 형식적으로 맞이하기 일쑤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는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와 비문(非文)을 숱하게 사용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영어 단어의 철자 하나를 틀리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면서 한글을 바르게 적지 못하는 것에는 너무도 너그럽다. 국어 전공자도 아닌데 뜻만 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물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우리말을 할 수 있고 우리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더 좋은 말과 글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표현하여 말하고 글 쓰는 이 자신은 물론 국어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이것이 국어 사랑의 첫걸음이다.

국어는 정확히 한국어(Korean language)라는 뜻이다. 이것을 흔히 국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공용어인 우리말과 우리글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리고 우리말의 표기 수단으로서 15세기에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된 것이 오늘날의 한글이다. 곧, 국어의 음성언어인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하여 후대에 만들어진 문자언어가 한글이다. 한글은 ‘오직 하나뿐인 큰 글, 또는 한민족의 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국어의 표기 수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문자언어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이전까지 글자가 없었으므로 중국의 한자·한문을 받아들여 우리말을 표기해 왔다. 이것이 국어 어휘에 많은 한자?한문이 스며들게 된 이유다. 그래서 국어 어휘는 고유어와 한자어와 외래어의 3중 체계로 이루어졌고 그 중 한자어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까닭에 국어 사랑의 일환으로 한자를 무조건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가능한 최대로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양한 표현의 제약과 의사소통의 비효율성까지 감수하면서 한자를 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한자는 국어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고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국어의 일부를 표기해 오고 있는 문자다. 더욱이 한자를 통하여 국어의 이해력과 사고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어 단어형성에서의 강한 조어력과 어휘력 신장 등 한자의 강점을 잘 활용해 가면서 국어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어 속의 한자 어휘를 고유어로 순화 대체하여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 또한 매우 필요하다. 국어에서 고유어는 한글로 표기되기 때문에 고유어의 증대는 한글 사용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국어 어휘에서 많은 고유어들이 한자어로 대체되면서 차츰 사라져 간 역사적 사실로 보면, 고유어를 되살리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한자 지명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속에 숨어 있는 고유어 어휘를 재구해 낸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려면 우선 한자를 알아야 한다. 한자의 활용은 국어를 더 깊이 이해하여 연구하고 우리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 국어 한자어의 순화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밀려오는 서구 외래어의 오염으로부터 국어를 보호하는 일이다. 특히, 정체불명의 사이버 문자들이 나타나 표현의 저속화와 세대 간 의사소통의 단절을 야기하고 있고 그것은 매우 빠르게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나타나는 다양한 언어문화의 흐름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글 파괴에 무방비 상태로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외국어의 무분별한 수용을 억제하고 외래어를 국어로 순화하는 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시점이다.

요즈음 어디를 가도 국어를 사랑하고 한글을 갈닦자는 내용을 내걸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 기관마저도 국어 사랑의 내용보다는 교육적 순수성을 잃은 채 기관 홍보 내용만을 앞세우고 있다. 경쟁 우위와 현실적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벽지의 폐교 옥상에나 붙어 있는 ‘국어 사랑, 나라 사랑’ 표어가 더 안쓰럽고 정겨운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언어는 국민의 세계관을 결정하고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다. 국어가 발전해야 국가도 발전할 수 있으므로 범국가적인 미래지향 국어 정책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국어의 표기 수단인 한글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이자 미래사회에 문화 창조의 원동력으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자본이다. 우리 자신이 먼저 한글을 바르게 이해하여 잘 갈닦은 후, 전 세계에 그 우수성을 홍보하고 보급하여 문화국민의 긍지를 드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