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지구 반대편에서 한 고발 캠페인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명 ‘미투’(# Metoo)캠페인. ‘미투’란 앞사람의 의견에 나도 그렇다거나 추종한다는 동의를 나타내는 영어문장이다. 이 미투 캠페인은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으로 불과 24시간 만에 50만 건의 트위트가 뒤따랐고, 곧 수백만 건이 넘었다.

밀라노가 이 캠페인을 제안한 것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지난 30년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직원이나 여성 배우에 대한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보도를 계기로 성차별 문제에 경종을 울리자는 의미로 나섰다.

모피 반대운동과 코소보 난민 지원 등으로 사회 참여 활동에 적극적인 밀라노는 소셜미디어에 “당신이 성폭력 피해를 봤거나 성희롱을 당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트위트에 ‘미투’라고 써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부터 일반인, 대학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 퍼트리샤 아켓 등이 동참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유명한 모니카 르윈스키도 참여했다.

앞서 뉴욕타임스가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처음 보도한 이후 귀네스 팰트로와 앤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성희롱과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증언들이 줄지어 나왔다.

결국 ‘펄프 픽션’ ‘시네마 천국’ ‘잉글리쉬 페이션트’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흥행 영화의 제작자로 이름을 날린 와인스타인은 이 문제로 회사에서 전격 해고되고, 이 회사는 매각이 논의될 정도로 운영이 심각해졌다.

와인스타인에 대한 퇴출 움직임도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카데미상은 그를 이미 퇴출했으며 미국제작자협회도 해당 절차에 착수했다. 또 성추문 피해를 고백한 여배우 4명이 프랑스인인 관계로 프랑스에서도 성희롱 문제가 일파만파다.

프랑스는 당장 와인스타인에게 영화발전공로로 수여했던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하고, ‘길거리 성희롱’을 억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프랑스 성평등 장관이 추진하는 이 법안은 길거리에서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을 할 경우 현장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라고 한다. 길거리 성희롱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성희롱과 단순 추파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에 대해선 명확한 경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법이 지니는 상징적 가치는 매우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미투’ 캠페인이 재미있다.

이미 ‘미투’는 심리학과 마케팅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가령 젊은 여성들이 여배우나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이나 화장 등을 똑같이 따라하려는 것이나, 친구나 이웃이 갖고 있는 물건을 따라서 장만하는 것 역시 닮고 싶은 ‘미투’의 심리에서 기인한다.

상품 마케팅에서 ‘미투’는 아류제품을 말한다. 한 제품이 히트를 치면 그 제품과 유사한 아류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A에 따라붙은 A', A'', A''' 등으로 닮음비를 이룬다. 이들 ‘미투’제품들은 A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미투’가 자주 활용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남을 따라함으로써 손쉽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경우 ‘미투’상품은 2등 마케팅 기법으로도 설명된다. 원조를 이길 수는 없지만 따라 만들기를 함으로써 간접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으며 이것은 원조에게도 득이 된다.

밀라노는 사람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했다. 먼저 자기고해는 못하지만, 남이 한 뒤에는 ‘미투’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자신이 당한 성추행에 대해 당당히 밝히는 ‘미투’ 캠페인은 용기있는 사람들을 위한 캠페인이다.

“모욕에 상처를 더하는 것은 침묵과 금기,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좋다”며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남는 것”이라고 말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성있게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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